우리나라의 획일적인 임금·보상 체계가 근로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노동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일 발간한 ‘임금·HR연구 2024년 하반기호’에서 “우리나라는 노동생산성을 결정하는 근로자의 직무 몰입이 국제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성과나 생산성에 상관없이 임금과 복지를 과도하게 상승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갤럽 조사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 중 몰입해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12%로 조사 대상국 125개국 평균(2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5년마다 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노동·자본의 양적 투입에 의존하는 성장 전략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이 부진할 경우 2050년에는 ‘0%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다. 더구나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근접했는데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74.2%, 주요 7개국(G7)의 61.9% 수준에 불과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주 7일 근무 등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지만 근로자 이직률은 경쟁사보다 훨씬 낮다. 인센티브 등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에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고 기업 혁신도 이끌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디지털 전환 등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노동시장 유연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연공형 중심의 호봉제는 중장년층의 재취업 어려움, 경력 단절을 우려한 여성들의 출산·육아 기피, 기업들의 우수 인재 구인난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주52시간제 개편, 성과 차등 보상과 직무급제 확대 등을 위해 관련 법제 정비와 업종별 가이드라인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 근무제’와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울 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 개혁 법안 마련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경제 저성장의 고착화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노동생산성과 비효율적인 임금 체계 개선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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