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비율을 늘리려는 것은 집값 상승을 잠재우기 위한 공공주택 조기 공급을 위해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H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3기 신도시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보상을 진행해야 하고 내년까지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도 11만 가구를 매입해야 한다. 결국 LH는 보상 비용과 비아파트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와 부채비율 상한선 확대 협의를 추진하는 것이다.
2일 LH에 따르면 현재 LH 부채는 164조 원이며 부채 비율은 221%다.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 말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LH가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까지 낮추는 등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이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대 최대 공공주택 공급'의 한 축으로 LH가 나서면서 부채비율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는 내년까지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중심의 신축매입임대 주택을 당초 10만 가구 공급할 예정이었는데 11만 가구까지 늘리겠다 내부 목표치를 설정한 상태다. LH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주택 매입 신청 건수는 예년의 4배인 10만 3000가구에 이른다.
LH는 이와 함께 매입임대주택 지원 단가 인상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LH의 실매입단가 대비 정부 지원 단가 비율은 6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매입임대주택 가격 평균은 2억 5000만 원인데, 정부가 이 가운데 1억 6000만 원을 예산으로 지원했다는 의미다.
이한준 LH 사장은 "주택 매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단가도 현재 65%에서 향후 5년에 걸쳐 95%까지 끌어올려 재무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논란이 됐던 매입 가격 산정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 우선 가격 감정평가 때 매도인(사업자)의 개입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기존에는 감정평가 기관을 LH가 1곳, 사업자가 1곳씩 추천했으나 앞으로는 감정평가사협회와 LH가 추천한 감정평가기관만 가격 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협회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감정평가서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과한 평가서만 LH에 제출하는 절차도 신설했다. 이 밖에 올해부터는 수도권 100가구 이상 주택을 매입할 때 '공사비 연동형' 가격 산정 방식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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