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여야 대표 회담 이틀 만인 3일 개혁신당을 제외한 군소 야당과 함께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번 재발의 법안은 추천된 후보 4명이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야당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제보 공작 의혹’은 제외했다. ‘무늬만 제3자 추천’을 내세워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제시했던 한 대표를 압박해 여권을 갈라치려는 민주당의 정략적 속셈이 읽힌다.
이번 특검법 발의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에서 강조한 ‘민생 우선’ ‘정치 복원’ 다짐도 무색해졌다. 대통령이 두 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을 또 발의한 것은 힘겹게 첫발을 내디딘 여야 간 민생 협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직접 겨냥한 ‘2특검·4국조’ 강행을 벼르고 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근거 없이 ‘계엄령 준비 의혹’을 퍼뜨려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이러니 다음 달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과 탄핵 명분을 쌓기 위해 정국을 극한 대치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반도체·인공지능(AI)·국가기간전력망 확충 지원,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등 공통된 공약 처리부터 실천해야 한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같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하는 정쟁 법안 강행 시도는 접어야 한다. 거대 야당이 탄핵·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으면 여야의 협치는 멀어지고 산적한 경제·민생 법안들의 처리마저 무산될 수 있다. 이 대표가 말하는 ‘먹사니즘(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진심이라면 22대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연금·노동 등 구조 개혁에 협력해야 한다. 수권 능력을 갖춘 리더로 인정받으려면 국민 통합과 국가 미래를 위한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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