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이 1톤당 5000달러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엘니뇨 등 이상 기후 때문에 주요 생산국의 재고 감소에 이어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겹쳐 커피값 상승으로 이어질지 눈길이 쏠린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 등에 사용하는 로부스타종 원두 가격의 국제 표준인 런던거래소 선물 가격(11월물 기준)은 지난달 30일 1톤당 518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2800달러대에서 80% 급등한 수치다.
나카무라 코스케 일본 UCC 우에시마 커피 수입 매니저는 지난달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로부스타 가격이 2000달러였을 때 이미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했었다”며 “현재 커피콩 가격은 1, 2년 전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로부스타 종의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지난해 봄에 발생한 엘니뇨 현상에 따른 고온,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생산량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브라질 역시 수년간 저조한 수확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커피 재고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원두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헤지펀드 등 투기 자본도 가세해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또 최근 가격이 급등한 두리안으로 재배 작물을 바꾸는 농가가 늘고 있는 것도 생산량 감소 및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시미츠 상사의 타하라 스즈요 커피·차류 사업부장은 “지속되는 가뭄으로 생산량 전망이 악화하면서 원두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11월께 수확을 개시하기 전까지는 시세가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삼림 벌채 규정(EUDR) 시행도 커피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EUDR은 유럽연합이 지정한 벌목 및 벌채 수준을 위반한 국가로부터 관련 생산품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 증가, 복잡한 절차에 따른 행정 비용 등은 결국 커피 공급망 전반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커피 사업자들은 미리 재고를 쌓아두기 위해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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