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4일 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고심은 한층 깊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이날 단독으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8일 발의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로 넘겼다. 국민의힘 측은 “일방적인 채 상병 특검법 상정에 반대한다”며 회의에 불참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이날 특검법 소위 회부를 밀어붙인 것은 전날 야 5당이 발의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노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상정한 특검법을 소위에 회부하면 (야 5당이) 어제 발의한 특검법을 20일의 숙려 기간 없이 바로 병합해 상정할 수 있다”며 “(거대 야당이) 특검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4차 채 상병 특검법은 한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의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반영했지만 야당이 국회의장을 통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일종의 ‘거부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국회의장이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결국 민주당 입맛대로 특검을 고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야 5당이 발의한 특검법에 대해 “수박 특검법”이라며 “독소 조항이 많아 친한계로 꼽히는 의원들도 받아들일 생각이 1도 없다”고 각을 세웠다.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재차 속도를 높이면서 여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특히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직접 띄운 한 대표가 짊어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한 대표를 향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서 국민들께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곤란한 일”이라고 결단을 압박했다. 한 대표는 이날 3선인 윤한홍·이양수·성일종 의원 등과 오찬 회동을 갖고 채 상병 특검법 등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 .
한편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가 파행으로 점철돼 우선 처리 안건으로 예정됐던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법사위는 5일 오전 11시 전체회의에서 심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