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자신의 건의라며 “국회가 이성을 되찾고 정상화하기 전에는 대통령께 국회에 가시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비서실을 대표해 정 실장이 직접 민주화 이후 37년 만에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이유를 상세히 짚으며 정국 상황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정 실장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강당에서 전체 직원 대상 조회를 열고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비서실장 주재 대통령실 전 직원 조회는 2022년 9월 김대기 실장 주재로 열린 후 2년 만이다.
5선 의원과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 실장은 “국회의장단이나 야당 지도부가 상황을 방치하면서 아무런 사전 조치도 취하지 않고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망신 좀 당하라고 한다”며 국회와 야당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이성을 되찾고 정상화되기 전에는 대통령께 국회에 가시라는 말씀드릴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정치와 소통에 소극적이어서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국회 상황 때문인 것을 부각한 것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정 실장이 국회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낸 것은 최근 야당의 ‘아니면 말고’식 괴담 정치에 여당이 충분히 대응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전체 직원에게 단일 대오를 역설했다. 그는 “탄핵·특검·청문회 남발 등 헌정 사상 경험하지 못한 정치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결집해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대통령실 직원들은 난관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자 당위”라고 주문했다.
정 실장은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성과는 민간 주도 시장경제, 건전 재정, 한미일 경제안보 협력, 굳건한 안보 태세, 원전 생태계 복원, 노사 법치주의 등을 추진해 대한민국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백병전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직원들이 ‘원 보이스’로 최전선 홍보 전사가 돼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노력과 각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 실장에 이어 성태윤 정책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직원들에게 정책 성과 창출을 당부했다. 성 실장은 “정부 3년 차를 맞아 주요 국정과제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안보실은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위상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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