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내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원들이 착용하는 이름표 디자인을 간소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직원들의 이름표를 이용해 협박·폭언하는 등 ‘고객 갑질’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도쿄 미타카시는 지난 7월 말 시 직원들의 이름표를 전부 교체했다. 이전까지 직원들의 이름표에는 전체 성명과 사진이 모두 기재돼 있었지만, 새 이름표에는 한자로 된 성에 후리가나(독음)를 붙이고 시 캐릭터가 그려졌다. 미타카시에 따르면 일처리 과정에서 불만족을 느낀 고객들이 직원의 이름표를 촬영하며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있어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시가 지난해 16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객 갑질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4%가 "있다"고 답했다. 갑질 사례로는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는 경우나 같은 요구를 반복하는 경우, 위협·협박 등이 주를 이뤘다.
새 이름표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1%가 ‘사진 없음·성(姓)만 표기’할 것을 꼽았다. '사진 있음·성명 표기’를 택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이름표 리뉴얼을 담당한 다나카 히로후미 총무부 조정담당부장은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고가네이시도 7월부터 이름표를 기존의 성명에서 히라가나로 표기한 성(姓)만 보이게끔 변경했다. 고가네이시의 한 직원은 과거 민원 창구에서 "SNS에 네 이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도쿄 후추시 또한 9월부터 히라가나로 표기한 성(姓)만 보이도록 바꿨다. 후추시는 구체적인 고객 갑질 사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다른 시의 움직임에 발 맞춰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후추시 측은 히라가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읽기 쉽기도 하고 한자로 쓰면 희귀한 성을 가진 직원이 특정되기 쉬운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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