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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 "북스테이서 열린서재까지…'책 벨트' 만들어 오프라인 경험 확장할 것"[이 사람]

■김언호 한길사 대표

신안군에 스마트폰 없는 북스테이 추진

시민 사랑방 역할하는 '책 공동체' 조성

"서점은 공공재…도서관처럼 지원해야"

기후위기 통찰할 수 있는 책도 준비 중

최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의 한길사 사옥에서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50년간 출판인으로 살아온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파주=이호재 기자






“폐교를 개조해 책을 읽으며 숙박하는 ‘북스테이’ 공간으로 삼고 스마트폰 없는 동네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길사가 50주년을 맞는 2026년 1월 개관이 목표입니다.”

1976년 창립한 한길사는 곧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내년이면 여든에 접어드는 김언호 대표는 여전히 왕성한 ‘현역’이다.

그가 최근 주목하는 이슈는 환경 문제다. 그는 “인간의 삶의 환경이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며 “온난화 문제를 비롯해 환경의 위기에 대해 제대로 통찰할 수 있는 서적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책의 ‘오프라인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과 협업해 일종의 ‘책 벨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책을 읽지 않는 독자가 많지만 올 6월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에 15만 명이 찾을 정도로 ‘오프라인 경험’에는 여전히 수요가 높다. 1980년대 후반부터 파주출판도시 계획에 참여하고 1990년대 중반에는 한국출판인회의를 발족해 예술인 마을 파주 헤이리를 구상하면서 노하우들을 이미 축적했다. 2011년부터 대표 책 축제인 ‘파주 북소리’를 기획·실행하기도 했다.

신안군에서 오프라인 북스테이를 시작으로 ‘열린 서재 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지성인들의 서재들을 ‘나눔’해 공개하면 그곳이 책 경험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수들이 퇴임하면 그 많은 책들은 갈 데가 없습니다. 그런 서재가 몇십 개 모이면 일종의 ‘시민 대학’이 되는 셈이죠.”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파주출판도시 한길사의 집무실인 ‘독고’에서 본지 이호재 기자의 취재 모습을 사진 찍고 있다. 정혜진 기자


김언호 한길사 대표 파주=정혜진 기자


그의 서재인 ‘독고’부터 먼저 옮겨갈 예정이다. 그는 “책을 나누는 사람이 재능 기부도 하고 이를 읽거나 경험하러 오는 사람도 생기면서 신안군에 책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겸 학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안군을 시작으로 거대한 ‘책 벨트’가 생겨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가 지향하는 ‘책 벨트’는 동네 서점과 도서관들이 긴밀하게 퍼져 있어 누구나 쉽게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일종의 생태계다. 그는 “책방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며 “책방은 책을 파는 것만 다를 뿐 누구나 와서 쉽게 책을 읽고 간다는 점에서 도서관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카페와 달리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어 태생적으로 시민사회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6년에는 중국 베이징·상하이부터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세계 여러 서점을 다니며 직접 사진과 글을 실은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도 펴냈다. 이 책은 중국·대만·일본에서 번역 출간됐고 올가을에는 러시아에도 출간될 예정이다. 이달 3일 책의 후속 작업으로 중국의 아름다운 서점 기행을 위해 1주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그가 꿈꾸는 비전은 노르웨이 책 공동체와 유사하다. 그는 “인구 550만 명의 노르웨이에는 1000개에 달하는 공공 도서관이 있고 ‘오슬로 지성의 상징’이라고 하는 동네 서점 트론스모는 문학·언론인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황금상’을 받기도 할 정도로 문화의 큰 주축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연간 17권의 국민 독서량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구가 5000만 명인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기준 공공 도서관이 1200여 개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국가에서 도서관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처럼 책방을 운영하는 이들을 위해 법안을 마련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전국에 서점이 1000개만 생겨도 수천 명의 고용 효과는 물론 사회적 역량 강화에는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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