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4일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경질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 차관의 망언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국가의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차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환자 본인이 증상의 중증을 판단할 수 없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자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 "정부가 아직도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사태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논란이 일자 의협이 공론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쉽지 않다"며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화 사실만으로 경증을 판단할 수 있다면 의사들은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을 왜 공부하겠는가"라며 "전화로 쉽게 경·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현재 국정운영의 상태가 중증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의협은 "정부가 진정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기를 원한다면 박 차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의료를 이렇게 만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라"며 "더 늦기 전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박 차관은 이전에도 ‘의새’ 발음 논란을 비롯해 ‘의대 교육에 필수적인 카데바(해부용 시신)가 부족하다면 수입도 고려하겠다’거나 ‘의사들이 다 떠나면 전세기를 동원해서라도 환자들을 다 데리고 가 치료받게 해주겠다’ 등의 발언으로 의료계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날 오후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해당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 차관은 "(그렇게) 너무 브로드하게(넓게) 말씀드리면 오해가 있을 수는 있다"며 "일반화한 발언이었고, 의식이 있다고 해서 다 경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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