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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실 대란 조짐… 의료 정쟁화 자제하고 사태 해결에 힘 합쳐야


정부가 4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인력난을 겪는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해 주요 병원 응급실에 군의관 배치를 개시했다. 또 전문의가 빠져나간 충북대병원 등에 공보의를 비롯한 보강 인력을 파견했다. 하지만 군의관 파견은 기존 군 근무지 및 격오지의 의료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확산돼 추가 조치가 요구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밤 경기도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은 만큼 후속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

최악으로 치달은 의료 공백 사태의 근본 원인은 고질적 의대 정원 부족에 있다. 당초 전국 의대 정원은 이승만 정부 시절 1040명에서 1998년 3507명으로 순차적으로 늘었고 이 추세를 지속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2003학년 정원을 3253명으로 감축했고 노무현 정부도 정원을 2006년 3058명까지 줄여 상황이 나빠졌다. 후임 정부들은 의대 증원을 시도했지만 의료계 반발에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도 정원을 4000명 늘리려다가 전공의 집단 파업에 굴복했다.

당장 추석 연휴를 앞두고 주요 병원들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등 상황이 다급하다. 그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서울 고대안암병원을 찾아 “(의대 증원이) 급하게 추진돼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꼬집는 등 정부 비판에 매달리고 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보류’ 방안을 정부와 사전 교감도 없이 제안해 당정 갈등을 키웠다.



정치권은 의료를 정쟁화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 정부는 병원들이 촉탁 의료진이라도 긴급 충원할 수 있도록 재정·금융 지원을 신속히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탈한 전공의를 적극 설득하기 위해서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에 대한 초당적 협력도 절실하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최근 회담에서 ‘의료 사태’와 관련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만큼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 특히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과거 집권 시절 의대 정원을 감축한 책임을 만회한다는 각오로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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