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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길 터준 건 '각시탈'…이젠 초년생 자세로 웹툰 도전"

데뷔 50주년 맞은 만화가 허영만 작가

1974년 데뷔후 '타짜' '식객'등 히트

인기 작가 이끈 '각시탈' 가장 애착

만화 안했으면 등대지기 했을것

시대적 흐름 맞춰 웹툰 공부 열중

전남도립미술관이 '특별초대전' 마련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만화 그릴것

만화가 허영만 작가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웹툰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렇게 오랫동안 만화를 그릴 줄 몰랐습니다. 처음 만화가를 시작할 때 한 해 한 해 버텨나가 보자는 심정이었는데 벌써 반세기가 흘렀네요. 이제는 다시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만화를 그려갈 것입니다.”

데뷔 50년을 맞은 ‘한국 만화계의 대부’ 허영만(77) 작가가 웹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 작가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만화책보다 웹툰을 더 많이 보는 시대가 됐는데 내 만화가 웹에서 얼마나 통할지 궁금하다”며 “웹툰은 종이에 그리는 것과는 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허 작가는 웹툰을 그리기로 한 것에 대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했다. 그는 “웹툰 시장은 이제 정말 거대해졌고 만화는 종이책이 아닌 휴대폰·PC 같은 디지털 기기로 보는 세상이 됐다”며 “지금 웹툰을 하는 게 좀 늦은 감이 있어 보일 수 있겠지만 빨리 감각을 익히기 위해 요즘 컴퓨터로 만화 그리기 연습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웹툰은 종이와 비교하면 그릴 때 감각이 다르다고 한다. 종이는 펜을 놀릴 때 까칠까칠한 감이 있지만 모니터에 펜마우스로 그리는 웹툰은 부드럽게 미끄러져 그림을 원하는 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그는 종이에 먼저 그림을 그리고 이를 모니터로 다시 옮겨 그리는 방식으로 웹툰 공부를 하고 있다.

허 작가는 웹툰 작업의 장점으로 분량 제한이 없다는 것과 그림 수정이 쉽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종이 만화책은 페이지 수 제한이 있지만 웹툰의 공간은 무제한이라고 볼 수 있어 스토리 전개와 표현에도 용이하다”며 “특히 종이 만화 컬러판의 경우 그림을 잘못 그렸을 때 그 페이지 전체를 다시 그려야 하는데 웹툰은 원하는 부분만 수정이 가능해 작업 효율도 좋다”고 설명했다. 또 “웹툰에서 선보일 작품은 어느 정도 구상해 놓았으며 계속 해당 작품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데뷔한 허 작가는 그동안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각시탈’이라고 한다. 그는 “처음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을 때 3년 안에 히트작을 못 내면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만화가를 그만두려 했다”면서 “그런데 데뷔한 해에 ‘각시탈’이 히트를 쳐 나를 인기 만화가로 만들어줬고 계속 이 길을 갈 수 있게 해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만약 3년 내 히트작을 못 내 만화가를 그만뒀으면 뭘 했을 거냐는 질문에 그는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아마 등대지기를 하면서 사색에 잠겨 여러 공상을 했을 것 같다”며 “그런데 등대지기를 했어도 오래 못 하고 또 만화를 그리고 싶어 다시 펜을 들었을 것 같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허 작가는 현장감 있는 만화를 중시한다. 만화 소재를 위해 직접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한다. 1985년 만화 잡지 ‘보물섬’에 야구 만화 ‘제7구단’을 연재할 때는 전국의 야구장을 돌아다니며 관중 입장 전 텅 빈 구장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그때 간첩이 많이 활동하던 시절이었는데 아무도 없는 야구장 사진을 찍으니 경비원에게 제지당하며 간첩으로 오해받기도 했다”면서 “또 1992년 ‘굿바이 아메리카’라는 작품을 그릴 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직접 가 KKK(백인우월주의 단체)를 취재하기도 했는데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전남 광양에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허 작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2024 허영만 특별초대전: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 전시회가 10월 20일까지 열린다. 허 작가의 고향이 여수여서 전남도립미술관이 특별전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대표작을 통해 허 작가의 만화 인생 50년을 돌아보고 그가 만화사에 미친 영향과 작가의 예술적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시는 △만화가 허영만 △시대를 품은 만화 △매스미디어 속 만화 △일상이 만화 등으로 구성됐다.

허 작가는 “도립미술관에서 만화 전시회가 열리게 된 것은 만화의 예술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가 있다”며 “또 내 고향은 문화·예술 기반이 약한데 내년에 여수에 ‘허영만만화기념관’이 문을 열 예정이어서 여수가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애향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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