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 책임자였던 미셸 바르니에(사진)를 프랑스 차기 총리로 지명했다. 올 7월 7일 조기 총선에서 패배해 의회 다수 세력을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과 극우인 국민연합(RN)에 내준 지 2개월 만이다. 오랜 고민 끝에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진 의회를 정상화할 인물로 73세의 베테랑 정치인을 낙점한 셈이지만 의회 불신임 투표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엘리제궁은 이날 “(바르니에가) 국가와 프랑스인을 위해 봉사할 통합 정부를 구성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임시정부 체제가 끝을 내게 됐다.
바르니에는 프랑스 보수 정당인 공화당(LR) 소속 원로 정치인으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EU 탈퇴를 놓고 영국과의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외교관 출신으로 환경장관, 유럽 담당 국무장관, 외무장관, 농림수산장관 등 프랑스 내각에서 두루 보직을 거쳤다. EU 내수 담당 집행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번 총리 지명은 프랑스 의회가 다음 달부터 2025년 예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의 열악한 공공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의회 교착상태를 타개해야 한다는 시급성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불신임이 불거지지 않을 만한 후보를 두루 고려하다 전날에서야 바르니에와 저녁을 하며 임명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의석 1위인 좌파 연합의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지 않아 임명 불신임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NFP가 내세운 뤼시 카스테 후보에 대해 ‘다른 정당이 불신임할 것’이라며 곧바로 배제했다. NFP 내 강경 좌파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라며 3일 81명 의원의 서명을 받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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