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제재는 경제적 이유에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중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비판성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케 CEO는 이날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의 중국 기술 제재와 관련해 “국가 안보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대중 수출을 제재하겠다는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 동기가 더 커지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푸케 CEO는 “(미국의) 제재 동참 압력이 더 커질 것이지만 더 많은 반발도 있을 것”이라며 “기업으로서 원하는 것은 명확성과 안정성인 만큼 균형에 도달하기를 바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푸케 CEO의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 문제로 대중 기술 전략 봉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ASML·도쿄일렉트론 등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중국 압박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ASML의 경우 회사 매출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나오는 만큼 미국의 행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도 지난달 30일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여부와 관련해 “현재 논의 중이며 ASML의 경제적 이익도 매우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푸케 CEO는 이날 2024~2025년 실적 전망과 관련해 컴퓨터 칩 시장의 회복이 고르지 않지만 인공지능(AI) 칩 수요 전망은 밝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투자은행 UBS는 ASML의 2025년 이후 매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며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AI 수혜로 인한 실적 기대가 다소 부풀려졌다는 것이 UBS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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