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1세대 1주택에 대한 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5억 원 이상으로 조정하겠다”며 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재개편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입법 독재”라고 각을 세우면서도 저출생 대책, 재정준칙 법제화, 연금 개혁 등 산적한 민생경제 현안들을 풀어낼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생 안정을 위한 4대 정책으로 취약 계층 보호 강화,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확대, 청년 지원 강화, 세제 개편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완화가 이뤄졌지만 국민의 정책 체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국민의힘은 다주택자 중과 제도 폐지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추 원내대표는 또 “상속세 때문에 가업승계를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억누르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진다”며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공제 확대, 최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내년까지 상속세 부과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핵심 의제로 내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관련해서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금투세 폐지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고 결을 같이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연금·의료·노동 등 윤석열 정부가 우선 중점을 둔 개혁안에 더해 21대 국회에서 불발된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한 완수 의지도 다졌다. 추 원내대표는 먼저 정부가 전날 발표한 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연금개혁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해서 연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자”고 야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의료 개혁에 대해서도 “전공의·의대생들은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과 학교로 복귀하고 정부는 의료계와 더욱 마음을 열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민생회복지원금법(25만 원 지원금법)에 대해 “당장의 인기만을 노린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며 나라 곳간을 지킬 재정준칙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 사람을 위해 포획된 방탄 정당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며 민생 회복을 위해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는 개혁 과제의 상당수는 입법 사안으로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없다면 추진이 불가능한 만큼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원내대표는 “지금의 정치 퇴행과 극한 대립의 궁극적인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민주당에 “‘여야정 민생 협의체’와 ‘민생 입법 패스트트랙’을 통해 민생 법안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해가자”고 제안했다.
이날 연설에서는 개혁(33회), 민생(24회), 미래(13회), 청년(12회) 등 정책적 메시지가 집중적으로 언급됐다. 윤석열 정부의 실책에 공세를 쏟아부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전날 연설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의 연설 도중 민주당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고성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운영에 전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의 대표로서 야당의 입법 독주로 민생과 나라가 어렵다고 얘기하는 것이 할 말인가”라며 “협치가 안 되는 이유로 이 대표 이야기를 하는데, 누가 이렇게 탄압하고 검찰을 이용해서 협치를 깨는지 한 번 돌아봐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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