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인 위기로 떠오르고 있는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 나서기로 한 가운데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가치봄 영화제’를 찾아 영화 ‘소풍’ 시사회에 앞서 축사를 통해 “요즘 어른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없다. 이 영화(‘소풍’)은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을 분위기를 뒤바꿀 영화와 드라마 등에 “의도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기준으로서 ▲최소한 3세대 가족, 대가족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 나 홀로 있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영화나 드라마 ▲ 결혼 과정에서 복잡한 남녀 간의 감정을 거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등 3가지 카테고리를 제시했다.
이날 특별 상영작인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 때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배우 나문희·김영옥·박근형이 주연이다. 특히 그동안 스크린에서 소외된 노년 세대의 삶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줬다. 지난 2월 개봉해 관객 35만명을 모아 나름대로 흥행했다는 평가다.
유인촌 장관은 이 영화에 대해 앞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을 녹음했는데 그 내용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유 장관은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녹음할 때 작은 화면을 보며 했는데 그때도 감동했고 가슴이 벅차 이런 좋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나문희는 “(화면해설 녹음을 듣고) 제가 못 느꼈던 것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따뜻하고 좋았다”고 언급했다.
객석에서는 한 청각장애인 관객이 “자막으로만 보니 감성적인 전달이 좀 부족하다”며 “수어 통역 영상을 같이 첨부해주면 훨씬 감정 전달이 잘될 것 같다”고 제안했고 유 장관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주최로 지난 3일 개막한 가치봄 영화제는 장애를 소재로 하거나 장애인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 30여 편을 상영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장애인 영화제다. ‘가치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영화를 ‘같이 본다’는 의미를 담은 영화 한글 자막 화면해설 서비스의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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