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온 지구용의 인기 코너, '고독한 비건'입니다. 이번에는 지구용사님이라면 알법한 곳을 찾았습니다. 바로 서울 잠실 롯데타워의 '포리스트 키친'. 농심이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2022년부터 운영 중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지구용에서도 개점 직후(후기 다시 보기)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포리스트 키친을 이끄는 윤강산 셰프님을 인터뷰하러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요즘에 경기 남양주 농장에서 농사까지 지으신단 소문이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지구용 : 어쩌다 농사까지 짓게 되셨습니까.
윤강산 셰프님 : 사실 직접 키운다고 더 맛있지는 않습니다. 농부님들처럼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다만 이 재료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그리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농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려고 비료를 쓰지만, 저희는 최대한 자연의 퇴비를 쓰고 화학비료를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농장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멀칭 비닐(보온, 보습을 더해 수확량을 늘려주는 역할)을 썼지만 올 가을에는 비닐 대신 낙엽을 쓸 계획이고요.
◆남양주 농장에서 키운 농산물들을 포리스트 키친에서 직접 쓰시나요?
: 네. 포리스트 키친에서 쓰는 식재료 10% 정도가 농장에서 직접 키운 것들입니다. 오늘 메뉴 중 바질 아이스크림의 바질과 토마토가 농장 출신들이고요. 저와 수셰프(부주방장)님이 주 1회씩 가서 방울토마토, 가지, 호박, 바질, 타임, 깻잎, 오크라 같은 걸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가 맛으로 농부님들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농장에서 직접 키웠더니 향이 참 강합니다.
◆셰프님은 원래 채식이나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원래 유럽에서 학교에 다녔고, 요리도 영국에서 배웠습니다. 랩14라는 호주 연구소에서 곤충 같은 대체식품 연구도 했고요. 채식이니까 채소가 재료라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식재료를 쓸 수 있다는 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나무보다도 건물이 더 많은데, 지구에도 좋지 않죠.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채식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탄소감축을 위해 가스 대신 인덕션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화력이 떨어지면 요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 아무래도 맛에서 불리합니다. 그래서 불향을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직화, 버터, 치즈를 활용한 요리를 이기기는 어렵긴 해서 계속 연구하고 있고요. 다행히 포리스트 키친을 찾는 분들이 "비건 치고 맛있는 게 아니라, 그냥 맛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연구 대상 중 하나가 발효입니다. 재료, 소스, 불향은 아주 직관적인 요리의 3대 요소인데요. 발효는 다른 차원의 맛입니다. 없던 맛이 생기거든요. 박광희김치의 박광희 대표님이라고, 김치 명인이 계시는데요. 그 분이 주신 두릅장아찌가 너무 맛있어서 그 이후로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마늘장아찌가 제일 쉽겠고요. 재료 손질, 세척만 제대로 해서 간장물에 담가놓기만 하면 됩니다.
◆포리스트 키친은 지금 어떤 레스토랑입니까. 셰프님의 지향점도 궁금합니다.
: 손님들은 한국인 반, 외국인 반입니다. 비건, 논비건 비율도 비슷한 것 같고요. 가족끼지 오시거나 바이어 등과의 업무 미팅을 위해 오시기도 하죠. 파인다이닝이지만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니에요. 농심이 아니었다면 16만원 정도의 가격이 책정됐을 것 같습니다. 좋은 가격으로 파인다이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이름이 'forest(숲)'이면서도 'for rest(휴식을 위하여)'인 것처럼, 편하게 쉬었다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본적으로 채소 요리는 속이 편하기도 하고요. 여기 뷰도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소식 하나. 포리스트 키친은 그동안 코스 요리만 선보였는데, 이달부터는 단품 메뉴로 구성을 바꿨습니다. "코스만 하다 보니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단품으로 바꿨다"는 윤 셰프님 말씀입니다. 코스가 사라져서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아무 때나 들러서 가볍게 즐길 수도 있게 된 것 같아 반갑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새로운 소식은 포리스트 키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