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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한랭기 닥칠때 북방민 이주…한국인의 선조는 '기후난민'

■한국인의 기원

박정재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한민족은 북방계의 영향을 받아 몽골인과 유사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실제로 한국인은 몽골인과 닮았고,이런 이유로 몽골인을 친숙하게 여긴다. 하지만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고유전체 연구 결과는 ‘한민족’이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우리의 선조라 여긴 북방계 몽골족 역시 중국 남쪽에서 올라와 북방에 정착한 사람들이라는 것.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반도의 주된 이주 흐름이 모두 남쪽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고유전체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유전자가 사실 북방계보다는 중국 남방계와 일본인과 더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연구가 사실이라면 한민족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주제가 된다. 우리가 어쩌다 이 순간 한반도에 모여 살고 있는지 그 과정에 의미를 더 부여할 수 있다.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지리학자 박정재 교수는 신간 ‘한국인의 기원’에서 기후학, 고고학, 언어학, 고유전학을 통섭해 한반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기원을 추적한다. 저자는 해외의 연구 결과를 답습하지 않고 우리의 문제인 한반도 고기후를 현장에서 연구하는 대표적인 지리학자다. 이번 저서에서는 한반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한국인의 선조를 ‘기후난민’이라고 표현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조상이 한반도에 모여든 이유는 한랭해진 기후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이동한 호모 사피엔스는 4만 년 전에 동아시아에 도착한다. 당시 동아시아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한반도는 오랜 시간 비어 있는 땅이었다. 빈 땅을 채운 사람들은 기후난민들이다. 2만5000년 마지막 빙기 최성기의 극심한 추위가 찾아왔을 때, 8200년 전 갑자기 한랭화가 찾아왔을 때, 태양 흑점 수의 변화로 주기적으로 건조 한랭기가 찾아왔을 때 북방민은 한반도를 찾았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사실 차가워진 기후 변화에 휘둘리며 오랜 시간 이리저리 떠돌아다닌 이주민들이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서 지구 온난화를 맞닥뜨린 한국인의 이주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2100년이 되면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현재 제주도의 평균기온과 유사해질 것이다. 적도 부근에는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 것이며, 북극은 거주가 가능한 공간이 될지 모른다. 저자는 이처럼 세계가 변화했을 때 한국인이 이주할 만한 곳으로 오래 전 선조들이 살았던 만주, 연해주 등을 지목한다. 기후 조건과 생활 환경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자의 이같은 예측은 꽤 현실적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한편으론 생존을 위한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모여 살고 있는 사람들, 한국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2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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