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6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와 협력을 계속 진전시키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여전히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밝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지속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내다보며 양국 간의 협력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확대회의실에서 100분간 정상회담을 하며 “(기시다) 총리와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며 “경제·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정부 협의체들이 모두 복원됐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양국 협력의 긍정적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의 큰 결단 이후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크게 도약한 양국 관계의 과실을 양국 국민이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노력을 계승, 미래를 향해 한국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022년 9월 미국 유엔 총회를 시작으로 이번이 12번째 회담이다. 올해만 벌써 3번째다. 기시다 총리는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 총리직에서 물러나 이번이 ‘고별 정상회담’이다.
양국 정상은 소인수·확대회담을 통해 협력 성과를 돌아보고 한반도 정세, 한미일·글로벌 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윤 대통령은 “총리께서 임기를 마치기 전 서울에 오셔서 관계 발전에 대한 굳은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계시다”며 후임 총리도 관계 발전의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그는 “(강제징용에 있어) 과거 가혹한 환경 아래 많은 분들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1998년 한일 파트너십(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금 일본은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제4차 한류 붐인데 윤 대통령의 리더십 덕”이라고 추켜세웠다.
기시다 총리는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는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 노력에 대한 일본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양국은 북한 군사 도발에 대한 공조 체제도 더 강화하기로 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 삼아 도발하지 못하도록 냉정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자고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를 체결했다. 3국에서 전쟁 등 위기 발생시 양국 국민 철수를 서로 지원한다. 인적 교류 증진 방안으로는 ‘입국 사전 심사 제도’도 검토 중이다. 상대국으로 출국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자국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 제도다.
양국은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준비하는 테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실질 협력 성과들을 발굴하는 작업도 한다. 내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 성공을 위해 서로 힘쓴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7일 서울대에서 일본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들과 간담회 뒤 1박 2일 일정을 끝으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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