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1년 반 동안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이) 미래를 향해 굳건히 나아갈 수 있었다”며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역사적 책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시다 총리 부부를 청와대 본관으로 초대해 부부 동반 만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만찬에는 김건희 여사가 선정한 금태 소금구이, 한우 양념갈비 구이, 키나코(일본 요리에 사용되는 볶은 콩가루) 푸딩 등이 올랐고 양국 정부 주요 인사들이 동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협력 성과를 언급하며 “미래를 향한 한일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개선은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다”면서도 “한일 관계의 앞날에 예측하기 힘든 난관이 찾아올 수도 있으나 흔들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속담인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를 언급하며 “한일 관계에 세찬 비가 온 적도 있지만 윤 대통령과 비에 젖은 길로 함께 발을 내딛으며 다져온 여정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었다”고 화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도 설령 의견 차가 있어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지혜를 내 길을 개척하자”며 “‘경요세계(두 개의 옥구슬이 서로 비춘다)’라는 말처럼 현대에도 한일 양국이 서로를 비춤으로써 지역과 세계에서 함께 빛을 발하기를 희망한다”고 덕담을 전했다. ‘경요세계’는 조선통신사 박안기가 한일 우호를 상징하는 시즈오카현의 세이켄지에 남긴 편액으로 조선과 일본이 서로 신뢰하고 교류하면서 좋은 관계가 되자는 뜻이다.
한편 기시다 총리와 한국을 찾은 부인 유코 여사는 이날 김 여사와 함께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 본사를 찾았다. 두 여사는 K팝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는 양국의 청소년들을 만나 격려 인사를 전하고 안무 연습을 관람했다. 두 영부인은 그간에도 양국이 화합을 일궈온 문화를 매개로 소통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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