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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조종사, 적진서 조난된다고 해도 반드시 귀환한다”…공군 생환교육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조종사·공중근무자 생환교육 전담부대

4년6개월마다 한번씩 생환교육 받아야

나침반·지도만 들고 산짐승 잡아먹기도

바다·바람과 사투 해상훈련 ‘가장 곤혹’

공군 조종사 생환훈련 모습. 사진 제공=공군




‘빨간 마후라’. 공군 조종사의 상징이다. 전투조종사는 대한민국 영공방위의 핵심으로 조종사의 능력이 항공작전 수행의 근간이고 굳건한 전투 대비 태세의 밑거름이다. 정예 조종사 양성에 공군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이 같은 까닭이다.

그러나 막중한 역할만큼 조종사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수년 간 혹독한 과정을 극복해야 영공 수호라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입문-기본-고등’ 3단계 비행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입문 과정 14주, 기본과정 35주, 고등과정 30주로 구성(약 18개월)돼 있다. 각 과정마다 다양한 형태의 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춘 교육생을 선발해 상급과정 입과 자격을 부여한다.

고등비행교육 과정을 마쳐도 ‘전투기 입문 과정(LIFT)’ 또는 ‘전환 및 작전가능훈련(CRT)’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기간만 통상적으로 1년이 넘게 소요돼 공군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상당 기간 반복된 조종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 수행 중 비상 상황으로 적진에서 고립될 경우 생환하는 능력도 반드시 익혀야 한다.

생환이란 전·평시에 공중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난됐을 때 구조전력에 의해 귀환하거나 조난된 조종사가 자력으로 원대복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공중근무자들이 각종 조난 상황에서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고 생환에 성공함으로써 아군의 전투력을 보존해 차기 군사작전에도 지속 투입될 수 있게 전투 대비 태세를 갖추는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공군 ‘하계 생환훈련’ 중 조종사가 ‘낙하산 견인훈련’을 위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낙하산과 바닷물 흡입, 강풍 등으로부터 신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훈련이다. 사진 제공=공군


생환교육은 지상과 해상으로 구분해서 실시한다. 지상훈련은 산악지역에서 비상 탈출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한다. 비상 탈출한 조종사는 지도와 나침반 등을 이용해 현재 위치를 파악한 후 독도법과 지상항법으로 설정된 안전지점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의 매복이 의심되는 지역은 수색 및 정찰을 통해 안전을 확보는 동시에 위장 및 은폐를 병행하며 나아가야 한다. 특히 야간에도 계속해 이동하면서 적 순찰조의 접근을 확인하고 도피 및 탈출법을 활용해 적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대처로 안전지점에 도착한 조종사는 나무와 풀 등 주변 자연물을 활용해 은폐된 안전한 은신처를 구축하고, 이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동물(토끼 등)과 식물성(열매 등) 음식물을 섭취하며 숙영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구조팀이 도착하는 약속 날짜, 시간까지 은둔해야 하고, 당일에는 통신장비로 구조팀과 교신해 구조지점을 확인 후 신속하게 구조지점으로 이동해 연막탄과 신호거울 등 신호장비를 활용해 헬기를 유도하고 구조돼야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이처럼 공군 조종사들은 비상상황 발생시 착륙지점이 육상이면 큰 문제가 없지만, 바다처럼 해상일 경우 많은 난관이 기다린다. 안전하게 바다에 떨어졌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해상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낙하산이 바다 위에서 끌려 다니는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이 훨씬 많다.

해상훈련은 조종사가 해상으로 비상탈출 했을 때 미처 떼어내지 못한 낙하산이 몸을 이리저리 끌고 다녀 위험할 수 있기에 이에 대처하는 법을 최우선으로 익힌다. 낙하산 견인 훈련(DRAG)으로 낙하산을 맨 채 바다에 빠졌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다. 조종사는 로프에 매달린 채 8노트(시속 14.82㎞)로 기동 중인 선박 갑판에서 4m가량을 수직 낙하한 후 백드랙(Back drag)를 취하고 양쪽으로 연결된 줄을 해체하는 능력을 배양한다.

공군 생환교육대 교관이 낙하산부양강하훈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다음으로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PARA-SAIL)이다. 비상탈출 후 낙하산을 이용해 안전하게 해상으로 입수하는 방법을 숙달한다. 훈련함정에 실린 낙하산에 매달려 공중 부양한 뒤 입수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110m에 달하는 낙하산 견인줄이 견인선에 의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 조종사들도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그대로 낙하산과 함께 공중 부양했고 70m 상공까지 떠오른다. 분리 신호에 따라 견인줄을 신속히 분리하고 낙하산이 서서히 떨어졌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명정에 의해 안전하게 구출되면 훈련은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탐색구조훈련이 있다. 바다에 둥둥 떠서 표류하다가 헬기를 만나 구조될 때의 절차를 익히는 훈련이다. 함정이나 헬기에 구조될 당시 행동절차를 숙달하는 위한 것으로, 5명 내외가 한 조를 이뤄 바다 한가운데 뛰어든다.

훈련이 시작되자 대기하고 있던 구조헬기가 근처로 다가온다. 헬기 프로펠러에 의해 부는 바람인 다운워시(Downwash)로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어 눈을 뜨기 어렵다. 고개를 돌리고 입과 코로 밀려드는 물방울을 손으로 막아 호흡을 이어간다. 헬기는 ‘호이스트’라는 인양 장치를 내리고 순차적으로 조종사를 끌어올려 구조하면 탐색구조훈련은 끝난다.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사들이 HH-32 탐색구조헬기와 호이스트 등 구조 장비를 활용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조난된 조종사를 구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공군의 핵심전투전력인 조종사를 비롯해 항공기에 탑승하는 부사관 이상 모든 공중근무자는 항공작전 임무 수행 중 비상 탈출로 적지에 고립되거나 조난된 상황에서 반드시 안전하게 살아 돌아갈 수 있는 생존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 때문에 공군의 모든 조종사들은 조종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이·계급을 불문하고 4년 6개월마다 고된 생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군은 전담 교육부대를 만들었다. 공군의 특수부대 요원인 공정통제사(CCT), 항공구조사(SART)를 비롯해 공군 조종사, 공중근무자, 공군사관생도 등의 공수훈련, 고공강하 교육 그리고 생환훈련을 담당하는 곳, 바로 공군교육사령부 예하 ‘공군 생환교육대’다.

“훈련한 내용을 써먹어야 할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 생환교육대 교관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얘기다. 생환교육대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조종사들이 맞닥뜨려선 안 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

생환교육대는 20여개 교과목을 설치하고 있다. 낙하산 강화와 해체, 은신처 구축 및 음식물 습득, 불 피우는 법, 암벽 등반과 헬기 유도법, 해상 생존 뿐만 아니라 적 포로가 됐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공군 소속인데 생환교육대는 3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에서 함정이 배속된 부대는 충남 대천의 방공포대와 남해의 생환교육대, 단 2곳 뿐이다. 생환교육대는 1953년 인천에서 공군 첩보부대 산하부대로 창설됐다. 공군 첩보부대는 우리가 익힐 알고 있는 ‘실미도부대’를 운영했던 곳으로, 현재 본부는 충북 청원에 있다.

교육대는 교관과 지원요원 등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관들 대부분 경력 10년이 넘는 부사관들로, 낙하산 강하를 비롯해 킨스쿠버, 응급구조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교관복 가슴에 새겨진 영문마크 ‘SERER’다. 유사시 조종사들에게 요구되는 행동지침을 지칭한다. Survival(생존), Evasion(도피), Resistance(저항), Escape(탈출), Recovery(복귀) 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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