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산이 폭발하면 화산재가 약 3시간 후 수도권에 도착한다. 인근 철도 운행이 정지되고 송전설비가 고장나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하는 등 상당 부분 마비될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일본 정부가 피해 최소화를 위한 ‘화산재 예보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상청이 후지산 대규모 분화로 수도권에 대량의 화산재가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광역 화산재 낙하 예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침을 굳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금도 여러 화산 분화에 대비하기 위해 화산재가 떨어지는 양과 피해 면적을 예측하는 ‘화산재 낙하 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화산재 양을 ‘1㎜ 이상’, ‘0.1~1㎜’, ‘0.1㎜ 미만’ 등 소량만 분류하고 있다.
예보 시기도 향후 6시간으로 한정돼 후지산 분화가 같은 대규모 사태를 대비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상청이 도입하려는 ‘광역 화산재 낙하 예보 시스템’은 후지산 같은 대규모 분화에 대비해 화산재 낙하량을 ‘30㎝ 이상’, ‘3cm 이상’, ‘매우 적은 양 이상’의 3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기상청은 내년 ‘화산재 정보 기획조정관’을 신설해 계획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후지산의 광역 화산재 낙하 대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전문가 검토회의에서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2020년 발표한 ‘후지산 분화로 인한 화산재 낙하량 예측’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후지산 화산재가 분화를 시작한 지 3시간여 만에 수도권에 도달해 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송전설비가 고장 나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됐다.
또 화산재 발생 뒤 2주 안에 화산재가 가나가와현 등에 30㎝ 이상, 수도권 쪽에도 30㎝ 이상 쌓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쌓인 화산재가 4.9억㎥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나온 재해 폐기물의 10배에 이르는 막대한 분량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와 기상 당국에선 언제라도 분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해발 3776m인 후지산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산으로 꼽힌다. 후지산 주변에 에도시대에 번성했던 역사문화자원이 많이 있다. 2013년에는 ‘후지산-신앙의 대상과 예술의 원천’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내 13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여전히 화산 활동을 멈추지 않는 활화산이기도 하다. 후지산은 지난 5600년 동안 평균 30년에 한 번꼴로 분화했던 것으로 조사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도시대 중기이던 1707년 12월16일부터 16일간 분화했던 이른바 ‘호에이 대분화’ 이후 300여년간 폭발한 적이 없다.
당시 내린 화산재가 다음 후지산 분화 때 화산재 예상치(4.9억㎥)의 4배 가까운 17억㎥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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