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 마쯔다(Mazda, 당시 동양공업)는 말 그대로 위기의 시간을 마주했다.
일본 정부는 ‘수입차 침공’을 마주해야 하는 ‘시장 자유화’를 앞두고 일본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을 통합, 경쟁력을 높이는 ‘자동차 산업 합리화 정책’을 예고했고, 마쯔다는 폐지, 혹은 토요타(Toyota)와 닛산(Nissan) 등에 흡수 합병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쯔다 수뇌부는 ‘브랜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 ‘매력적이고 뛰어난 기술 품질’을 가진 차량을 만들어야 한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답안’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력 끝에 등장한 것이 바로 ‘코스모(Cosmo)’였다.
마쯔다 브랜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끈 존재, ‘코스모’는 과연 어떤 차량일까?
마쯔다의 새로운 무기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마쯔다에게 있어 ‘새로운 자동차’는 브랜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특별한 차량이어야 했다. 이를 위해 마쯔다의 임직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무기’를 위한 구상에 나섰다. 그런 중 저 멀리 유럽에서 ‘꿈의 엔진’이 등장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이자 훗날 ‘아우디(Audi)의 일원이 되는 NSU와 독일의 펠릭스 반켈(Felix Wankel) 박사 공동 개발한 회전 행정 방식의 엔진 ‘반켈 엔진(Wankel Engine)’이 그 주인공이었다. 반켈 엔진은 회전 행정을 통해 더욱 작은 크기, 그리고 빠른 RPM을 확보할 수 있는 엔진이었다.
반켈 엔진의 발표에 마쯔다는 곧바로 독일로 달려가 ‘반켈 엔진’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고, 수 많은 경쟁자와의 경쟁 끝에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이를 ‘로터리 엔진’으로 명명했다. 참고로 이를 위해 2억 8천만엔, 당시동양공업 8천명 임금 규모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반켈 엔진은 당시 ‘꿈의 엔진’이라는 평가에 걸맞에 마쯔다 외에도 다임러, 시트로엥, 롤스로이스 등 수 많은 브랜드들이 라이선스를 획득할 정도로 ‘각광 받은 신 개념’의 엔진이었다.
기대, 그러나 위기의 시간
로터리 엔진을 품은 새로운 차량이 멋지게 달리는 모습, 그리고 그 차량이 브랜드를 위기 속에서 탈출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대표하듯, 마쯔다에는 훗날 마쯔다의 수장에 오르는 야마모토 켄이치(Yamamoto Kenichi)를 필두로 한 새로운 개발팀을 꾸렸다.
47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개발 팀은 ‘로터리 47사’로 불리며 로터리 엔진의 양산화, 그리고 이를 탑재할 새로운 차량 개발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 받는다. 그러나 ‘기대에 가득한 프로젝트’는 초반부터 위기를 맞는다. 초기의 로터리 엔진은 꿈의 엔진이라 하기엔 단점이 많았다.
회전 행정을 통해 엔진의 절대적인 크기, 무게를 줄이고 고회전이라는 이점을 가져간 로터리 엔진은 ‘엔진의 기밀성 유지의 어려움’을 기반으로 한 진동, 불완전 연소, 그리고 엔진 내부의 손상 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했다. 특히 연이은 회전으로 인한 내구성 저하는 자동차 엔진으로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동양공업이 반켈 엔진에 속았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로터리 47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엔진 개량’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다양한 소재를 통해 로터의 기밀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부품(아펙스 실) 개발에 노력했다.
그 결과 당초 2만km 밖에 달리지 못하던 초기형 로터리 엔진과 비교해 10만km 이상의 내구성을 보장하는 로터리 엔진이 개발되었다. 이윽고 이를 탑재한 새로운 스포츠카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마쯔다 브랜드의 대역전을 이뤄낸 ‘코스모’
로터리 엔진의 완성과 더불어 ‘새로운 차량’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고, 그 결과 1963년, L8A 엔진을 탑재한 ‘코스모 프로토타입’ 공개로 이어졌다.
이후 1964년, 마쯔다는배기량을 982cc까지 늘리며 더욱 우수한 성능을 갖춘 10A 엔진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후 ‘코스모’의 양산 사양을 준비하며 엔진을 한 번 더 개선한 0810(L10A) 엔진 등을 개발, ‘양산 사양의 코스모’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1967년, 완전한 모습으로 데뷔한 코스모는 말 그대로 브랜드의 새로운 활력을 더하기에 충분한 차량이었다. 영국의 경량 스포츠카를 떠올리게 하는 매끄러운 실루엣과 명료한 디자인, 그리고 낮은 무게 중심의 형태는 ‘경쾌한 주행 성능’을 예고했다.
실제 코스모는 982cc라는 작은 배기량을 바탕으로 세금 등의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110마력과 13.2kg.m의 우수한 토크를 발휘, 경량 스포츠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단순 패키징 외에도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스모는 쿼터 마일 드래그(400m)를 16.4초 만에 주파하는 우수한 운동 성능은 물론이고 185km/h에 이르는 우수한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코스모는 마쯔다가 간절히 발했던 ‘매력적인 스포츠카’가 되었다.
계속되는 로터리의 행보
새롭게 개발된 로터리 엔진, 그리고 코스모였던 만큼 ‘개선의 여지’는 충분했다. 실제 마쯔다는 출시 이후 빠른 개량을 통해 ‘코스모 시리즈 2′ 사양을 공개했다.
코스모 시리즈 2는 더욱 개량된 L10B 엔진을 적용, 최고 출력 128마력을 구현했고 토크 역시 14.3kg.m로 개선됐다. 여기에 차량의 구성에서도 휠베이스를 연장, 더욱 쾌적한 승차감, 우수한 주행 질감을 구현해 차량의 만족감을 대폭 끌어 올렸다.
실제 쿼터 마일 드래그 기록 역시 15.8초로 개선되었고 최고 속도 역시 193km/h로 늘어나며 ‘로터리 엔진’의 매력을 더욱 만끽할 수 있는 차량으로 거듭났다. 이후 코스모는 시리즈 CD, HB 그리고 JC 등으로 이어지며 브랜드의 중심을 잡았다.
이후 마쯔다는 로터리 엔진을 기반으로 한 다채롭고 매력적인 스포츠카 개발을 이어갔다. 특히 1990년대, 일본의 주요 스포츠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RX-7(FC3S), RX-7(FD3S)는 물론 독특한 4-도어 스포츠카 ‘RX-8’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RX-8 이후 로터리 엔진은 내구성 및 절대적인 출력, 효율성 구현의 어려움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마쯔다는 ‘브랜드의 희망’이었던 로터리 엔진의 새로운 활용성을 고민하며 ‘로터리의 계보’를 잇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마쯔다는 로터리 엔진의 기민함, 그리고 우수한 고회전 성격을 살려 ‘레인지 익스텐더’ 개념의 전동화 차량(EREV) 등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 준비를 할 것을 밝히며 ‘로터리 전담 부서’의 부활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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