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했다가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에 재입학하는 청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원하는 일자리가 줄면서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거나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8일 한국폴리텍대학이 공개한 2년제 학위과정의 유턴 입학생 비율 추이를 보면 2021년 16.8%에서 2023년 20.3%를 기록한 뒤 올해 23.3%까지 치솟았다. 올해 폴리텍대 입학자는 5979명이다. 입학자 4명 중 1명꼴로 유턴입학자(1396명)란 얘기다.
유턴입학자는 대학을 졸업했거나 다니던 중 기술을 배우기 위해 폴리텍대에 재입학하는 경우를 뜻한다. 유턴입학자가 계속 늘면서 폴리텍대 신합생의 연령도 2021년 22세에서 올해 23.7세로 올라갔다.
특히 일반대학을 거쳐 폴리텍대로 취업을 준비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유턴입학자에서 일반대 졸업(중도포기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63.7%에서 올해 68.3%까지 증가했다. 여기에는 소위 명문대 출신도 있다. 올해 유턴입학자 중에는 고려대 2명, 연세대 2명 등 서울 내 대학 출신 32명이 포함됐다. 2022년에는 서울대 출신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취업난이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기업이 수시·경력 채용을 확대하고 채용 시 직무역량을 요구하고 있다”며 “업무와 실무능력 중심으로 교육하는 폴리텍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청년 취업난을 경고하는 지표들은 요란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15~29세)이 첫 일자리로 임금근로자가 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작년 보다 1.1개월 증가했다. 이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이다. 첫 취직까지 3년 이상 걸리는 비율도 9.7%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취업 기간은 학력이 낮을 수록 길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도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7월 청년층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44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만2000명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에서 같은 달 기준 최대치다. 전체 청년인구 중 5.4%가 쉬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44만3000명 가운데 75.6%는 “구직 의사가 없다”고 답한 점이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악영향을 줘 우리 사회 불평등을 심화한다. 이철수 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 이동성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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