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저출산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수십 년간 출산율 저하가 이어지더니 2015년부터는 반등도 없이 급락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제 인구 감소는 속도의 문제일 뿐 우리 앞에 닥친 냉엄한 현실이다.
2070년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3년 대비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감소로 노동 공급이 줄어들면 생산이 줄고 구매력도 감소해 경제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설상가상으로 고령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 진입 후 7년 만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 재정 비용이 증가하고 미래 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사회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노동인구의 고령화는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이미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가의 장기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인구 감소에 대한 거국적 대응을 통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다시 찾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먼저 노동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출산율 제고는 물론이고 여성과 고령층 노동력의 활용과 해외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유연근무제 확대를 통한 일·가정 양립의 정착, 성과 및 직무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외국 인력 도입 규모 결정의 합리화, 외국인 비자 체계와 체류 관리 개선 등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노동 공급이 성공적으로 늘어날 경우 경제성장률은 2026~2070년 동안 기존 시나리오 대비 약 0.4~0.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필수 과제다. 혁신과 첨단기술의 활용을 통해 노동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을 제고한다면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최근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파리 올림픽은 인구 감소의 시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규모는 144명으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인원이다. 그러나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수확하며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전체 메달 수도 32개로 1988년 서울 올림픽의 33개에 이어 역대 2위다.
한국 올림픽 사상 100번째 금메달을 딴 반효진 선수는 16세 고교생으로 최연소이고 반 선수 외에도 신세대의 약진이 눈부시게 빛났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40대로 최고령인 이보나 선수까지 우리 선수단 모두의 땀과 노력은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증명했고 국민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일부 종목에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파리 올림픽 사례가 인구 감소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청신호를 켜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면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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