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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래 성장판 닫히는 中企…이래서는 유니콘 기업 키울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혁신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8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대기업의 특허출원은 전년 동월 대비 9.3% 증가한 2만 2905개에 달한 반면 중소기업의 특허출원은 3.2% 줄어든 2만 7404개에 그쳤다. 전체 특허출원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6.3%에서 25.5%로 줄었다. 풍부한 자본력을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는 대기업의 특허출원 비중이 전년 동기 19.5%에서 올 상반기 21.3%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수년 뒤에는 대기업 비중이 중소기업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판 삼아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 사다리를 올라가야 할 중소기업들의 기술 역량이 퇴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는 중소기업이 오랜 경기 위축에 따른 경영난 속에 R&D 투자 여력을 잃고 기술 경쟁에서 낙오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생존을 위해서는 기술력을 제고해야 하지만 날로 악화하는 경영 여건에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808개, 올해도 상반기에 205개의 중소기업 연구소가 문을 닫았다. 특히 투자 부담이 많은 반도체·2차전지·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는 R&D와 기술력의 대기업 ‘쏠림’이 고착화한 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기업 수의 9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판이 닫힐 판이다.

우리 경제가 역동적 성장을 이루려면 독창적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진화하는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해소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중소기업 R&D 위축과 기술력 약화 속에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의 전 세계 비중은 2.2%에서 1.2%로 뒷걸음질쳤고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가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기술력 약화로 성장을 멈춘다면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는 허약한 경제구조가 고질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과 국가 경쟁력도 추락의 길을 걸을 우려가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에 대한 과감한 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생동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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