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만 베일을 쓴 그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중략…/ 이토록 절박하게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지난 8일 오페라 ‘토스카’ 마지막 공연이 열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3막 초입에서 극중 카바라도시를 열연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며 강렬한 감정을 토해낸 뒤 고개를 숙이자 객석에서 끝없는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유독 긴 박수 갈채와 앙코르 환호에 지중배 지휘자가 해당 곡의 연주를 다시 시작했고 아직 공연이 끝나지 않은 채로 ‘앙코르’가 진행됐다.
이때 토스카 역의 안젤라 게오르규 소프라노가 무대에 등장해 지 지휘자에게 음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공연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게오르규는 큰 소리로 “이것은 리사이틀(독주회)이 아니고 오페라”라며 "나를 존중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후 3막 공연은 재개되고 게오르규와 김재형은 호흡을 맞춰 죽음을 맞은 카바라도시를 보며 토스카의 절규도 이어졌지만 어수선한 분위기가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커튼콜이 시작된 뒤 몇 분간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게오르규가 사무엘 윤(스카르피아 역)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으나 객석 곳곳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십여명 남짓한 일부 관객은 “고 홈(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화가 난 게오르규는 관객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퇴장했다. 첫날 커튼콜에서 표현진 연출과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을 일일이 무대에 초대해 인사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게오르규의 태도가 적합했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곡을 부르는 것의 적합성에 대해서도 소셜미디어상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밤 세종문화회관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은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한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종문화회관을 믿고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리며 더 좋은 공연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992년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199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연이어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역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한 게오르규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재능 있는 '오페라 슈퍼스타'로 불리는 성악가다.
2001년에는 브누아 자코 감독의 오페라 영화 '토스카'에 출연해 토스카 역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2022년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토스카를 선보여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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