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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잡스를 위하여 [로터리]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개인용컴퓨터(PC)의 대중화를 이끈 ‘애플Ⅱ’, 음악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아이팟’,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아이폰’….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가 바꿔놓은 패러다임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런 잡스가 입양아였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잡스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폴과 클라라 잡스 부부에게 입양됐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던 그들은 잡스를 항상 믿어줬고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특별한 사람으로 격려받으며 자란 잡스는 이들을 ‘1000% 부모’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도 마찬가지다. 베이조스가 네 살 때 만난 양부는 아마존의 첫 투자자였다. 그의 양부는 쿠바 출신의 이민자로 1994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립할 때 자금을 대주면서 적극 지원한 바 있다. 베이조스는 이처럼 자신을 키워주고 믿어준 양부에게 애정과 존경을 표했다.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이조스를 거론한 것은 입양아인데도 성공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게 아니다. 모든 아이에게 삶을 제대로 꾸려나갈 기회를 보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기 위해서다.



위기에 빠진 임산부를 지원하고 부모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잘 갖춰질 때 우리 아이들은 행복의 가치를 깨닫고 공동체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아이가 온전히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양육의 책임은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과제다.

정부는 올해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위기 임산부 지원과 국내 입양 활성화 방안을 담았다. 먼저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위해 ‘위기 임산부 상담 체계’를 신설했다. 또 의료기관이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을 자동으로 등록하는 ‘출생통보제’와 익명 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로 위기 임산부가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필요시에는 입양 등의 아동 보호 서비스와 연계하도록 했다. 실제 올 7월 19일 제도 시행부터 한 달간 총 419건의 위기 임산부 상담이 이뤄졌고 이 중 16명의 아이들이 보호 출산으로 생명을 구했다.

국내 입양도 활성화한다. 그동안 민간 입양기관에 의한 해외 입양이 다수를 차지하고 혈연 중심 문화로 인해 국내 입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 제프 베이조스를 국내의 제도와 문화가 막고 있었던 셈이다.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2025년 하반기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양 절차를 직접 수행하도록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또 능력이 되면 나이가 많아도 입양할 수 있게 법령을 개선하고 입양 행정절차 기간도 단축할 예정이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길 가다가 코 흘리는 아이를 만나면 남의 자식이라도 닦아주는 게 부모 마음”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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