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사격연맹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선수들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내부 직원들만 수천만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금 횡령과 부정 선수 선발, 채용 비리, 승부 조작 등 사격 외 다른 종목에서도 체육계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비리 국민 제보센터’에 지난 한 달간 접수된 제보 70여 건 중 일부를 1차 공개했다. 제보 내용으로는 협회 비리, 뇌물 수수, 부정 선수 선발, 공금횡령, 성추행 및 성폭력, 채용 비리, 승부 조작, 직장 내 괴롭힘 등 중대 범죄 혐의들이 접수됐다고 진 의원은 전했다.
먼저 사격연맹의 경우 신명주 전 회장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취임 두 달 만에 자신이 운영한 명주병원 직원의 ‘임금 체불 사건’으로 돌연 사직하면서 운영에 파행을 빚었다. 신 전 회장이 취임 당시 약속한 후원금을 내지 않게 되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파리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3억 787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무처 내부 직원들에 대한 수천만 원의 성과 포상금은 정식 절차나 승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부터 불거졌지만 회장 선임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 의원은 지적했다. 사격연맹은 이외에도 사무처장의 셀프 승진 의혹과 채용 비리 등이 적발돼 감사 절차를 밟고 있다.
불합리한 규정 등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 지난해 29기 경륜선수 후보생 선발 과정에서 변경된 합격 기준을 참가 선수들에게 공지하지 않아 억울한 탈락자가 나왔고 화천군의 한 중학교 레슬링 선수들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부모 동의 없이 육상대회에 차출되면서 ‘최저학력’ 미달로 6개월간 정작 레슬링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재캐나다대한체육회 전직 회장의 지원금 횡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추가 횡령 사실이 발견됐다고 진 의원은 전했다. 제보 내용 중 성폭력·성추행 사건의 경우 추가 근거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진 의원은 “체육계의 해묵은 관행과 부패로,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며 “거의 모든 종목에서 중대 범죄 혐의들이 제보된 만큼 끝까지 파헤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지난달 12일 ‘체육계 비리 국민 제보센터’를 자체 개설해 체육계 관련 비리를 접수하고 있다. 진 의원은 접수된 제보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시정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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