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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는 쌀 보관에만 4500억…이런데도 양곡법 밀어붙이는 巨野


정부가 올해 말 비축하게 될 쌀 재고량이 140만 톤에 육박할 것이라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부 분석이 나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하는 우리나라 적정 쌀 비축량 80만 톤의 약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재배 ‘쏠림’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쌀값이 연일 폭락하니 정부가 남는 쌀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는 쌀을 사들이고 보관하느라 소요되는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내년도 양곡 매입·관리에 배정한 총 예산은 2조 7925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쌀 재고 관리에만 올해보다 11.5%나 급증한 456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앞세워 9월 정기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신들이 단독 처리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된 이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해 재차 발의했다. 당초 법안보다 의무 매입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고 하지만 쌀값이 폭락할 경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골자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농민 생존권과 식량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가뜩이나 남아도는 쌀의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그로 인한 쌀값 하락분을 나랏돈으로 보전하겠다는 포퓰리즘 법안이다. 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030년 쌀 매입·보관 비용이 3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소득 보전에 기대는 농가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콩·옥수수 등 전략작물 재배로의 전환을 가로막아 식량 안보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지속 가능한 농가 소득 안정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농가 생산성을 높이고 쌀 농사에 편중된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정된 예산을 ‘현금 퍼주기’나 남는 쌀 보관에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농업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 지원과 전략작물 재배 전환,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상품 개발 등에 우선 투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20%대에 그치는 곡물 자급률을 끌어올려 식량 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농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입법 폭주를 멈추고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근본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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