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주요 배급사들의 ‘추석 개봉 영화’ 진검승부가 사라진 가운데 ‘베테랑 2’가 올해 유일하게 추석 연휴를 겨냥한다. ‘베테랑 2’는 유일한 추석 개봉작이자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베테랑 1’의 후속작으로 전작을 봤던 관객들의 기대작이며, 올해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배급사 CJ ENM(035760)의 구원 투수 등 여러 의미를 가진 작품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이러한 관심 속에 지난 9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베테랑 2'는 한마디로 딱 ‘류승완표 형사·오락영화’다. 오락·형사 영화를 어떻게 하면 가장 감칠맛 나게 연출하는 지를 잘 아는 류 감독의 연출력은 이번에도 탁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개봉하는 ‘베테랑2'는 한 교수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강력범죄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은 교수의 죽음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연쇄살인으로 확신을 한다. 사건의 단서를 추적하며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라방’ 등으로 공개하며 국민을 공포에 몰아 넣는가 하면 수사에 혼선을 던진다. 연쇄살인이 벌어지는 가운데 서도철의 눈에 들어온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이 수사에 투입되면서 수사의 방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결국 관객들이 너무나 잘 알고 좋아하는 그 맛이기는 하지만 첫 맛은 다소 의아하다. ‘오락·형사 영화 ‘맛집’이라고 했는데 잘못 알고 왔나’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닝타임이 지속될수록 류 감독 특유의 흡입력있는 연출력은 관객들을 몰아치며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다소 의아했던 그 맛의 의미는 결말에 이르러 음미할 수 있게 된다. ‘베테랑 1’ 이후 ‘베테랑 2’가 나오기까지 걸린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 사이에 우리 사회는 더욱 복잡해졌고 선악의 구도는 9년 전처럼 선명하지 않게 된 현재의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담았기 때문이다. 선과 악과 사이를 촘촘하게 메운 의미를 찾아내고 판단하기에 너무나 많은 고민과 고려가 따르게 된 것이다. 류 감독은 “선과 악의 대결보다는 정의와 신념의 충돌을 그리고 싶었다”며 “속시원한 해답보다는 ‘토론을 해보자’라는 질문을 가지고 극장을 나서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빌런의 서사를 친절하게 설명해서 답을 완결하게 얻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왜 저럴까? 배후의 출발점은 무엇일까?라는 생각과 질문 그리고 토론이 이뤄지고 명확한 답보다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지시키는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거친 설정과 거친 액션으로 메워졌지만 "살인에 좋은 살인과 나쁜 살인이 있나"며 사적 제재에 통쾌해하는 이들에게 쏘아 부치는 서도철 형사의 정의로운 대사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연기의 신' 황정민의 연기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시사회 이후 선과 악을 구분하기는 어려워도 정의와 신념 그리고 따뜻함이 무엇 인지를 아는 형사 서도철을 그릴 배우는 황정민뿐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황정민은 “입은 걸걸하지만 한 가정의 남편으로 아빠로서의 삶을 잘 살고 있고 내 주변에 한 명쯤은 있는 정의감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든든할 것 같은 사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찌들게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연기해서 찌들어 보이는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해 간담회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베테랑2'는 주연 황정민, 정해인을 비롯해 장윤주, 오달수, 신승환, 오대환 등 조연들의 호연으로 중간중간 커다란 웃음을 선사해 긴장감 넘치는 형사물에 숨통을 열어줘 명절 오락 영화로 손색이 없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조심스럽게 천만 영화를 전망하겠지만, 달라진 관객들의 명절 연휴 극장 관람 성향 때문에 영화의 흥행 성적을 예단하기는 어렵게 됐다. ‘베테랑2’의 흥행 성적은 앞으로 있을 명절 등 연휴 극장가에 기준이 될 것이며, CJ ENM,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하반기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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