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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AI 혁신의 시험대, 리걸테크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5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그만두고 국회로 복귀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배정됐다. 상임위 소관 중 눈에 띄는 이슈가 변호사협회와 리걸테크 벤처기업 간 분쟁이었다. 중기부에 있으면서 인공지능(AI) 관련 벤처·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이 생겼던지라 자연스레 살펴보게 됐다.

들여다보니 법조계와 벤처 기업의 대결 구도만 부각돼 있고, 정작 중요한 상생과 AI 혁신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모적 다툼만 반복하다간 리걸테크, 아니 전체 AI 혁신을 위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학계·벤처기업·변호사협회 관계자를 만났고 22대 국회에선 기본법 성격의 ‘AI 개발법’과 법률 분야 AI를 위한 ‘리걸테크 진흥법’을 순차적으로 발의했다.

두 법안을 함께 발의한 것은 AI 혁신을 위한 법률과 제도를 시험하기에 리걸테크 분야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AI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법 집행·생체 인식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고위험 AI’에 대한 관리와 ‘생성형 AI’에서 발생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의 해결이다. 그런데 리걸테크는 ‘고위험 AI’에 해당할 뿐 아니라 ‘생성형 AI’ 적용 또한 가장 활발한 분야다.



‘고위험 AI’의 관리는 헌법적 가치의 형량이 중요하고, 환각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전문가가 양질의 학습데이터를 AI에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법조계와 AI 벤처 기업의 협력이 요구되는 리걸테크는 ‘고위험 AI’를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고,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좋은 시험대다.

법률 서비스는 ‘타다’가 진출하려던 운수업의 ‘면허’처럼 대표적으로 변호사라는 ‘라이센스’가 필요한 직역이다. 리걸테크 벤처기업과 변호사들의 이해관계가 계속 대립한다면 ‘타다’와 같은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정치권이 불확실성 제거의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상생 방안을 제시해야 할 이유다.

현재 벤처업계는 리걸테크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제한 없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반면 변협은 변호사 제도의 헌법적 가치와 AI의 위험성 등을 근거로 리걸테크 서비스가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 일반인에게 제공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직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주장만으로는 아무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국민이 안심하고 리걸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벤처기업이 관련 AI 혁신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리고 변호사의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많은 고민과 자문을 거쳐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공익적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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