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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 씀씀이 늘린 美소비자…연체 걱정도 커진다

7월 대출잔액 한달새 255억弗↑

2022년 11월 이후 최대폭 상승

소매판매도 1년반만에 최대 증가

“지출 부담에 저축 여력 줄어”

8월 연체전망 4년4개월來 최고

미국 뉴저지주 시코커스의 한 월마트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인들이 씀씀이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면서 연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총소비자 대출 잔액은 5조 937억 달러로 전월보다 255억 달러(약 34조 원) 늘었다. 이는 한 달 전 증가액 89억 달러와 다우존스의 시장 전망치인 12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액수이자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신용카드 미결제액이 포함되는 리볼빙 부채가 106억 달러 늘었으며 차량 할부나 학자금대출과 같은 비리볼빙 부채는 148억 달러 급증해 1년여 만에 최대 상승을 나타냈다.

7월 대출 증가는 같은 시기 미국 소매판매가 증가하는 바탕이 됐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7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0% 늘어 지난해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가에서는 대출과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추세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벌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에 씀씀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빚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미국의 저축률은 2.9%로 2008년 4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에스텔 오우는 “소비자들의 경기 자신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저축률도 줄어들고 있다”며 “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낙관 때문에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출 부담이 증가해 저축할 여유가 줄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소비자들 스스로 빚을 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고조되고 있다. 뉴욕연은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기대조사(SCE)에 따르면 앞으로 3개월 동안 부채 상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13.6%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월보다 0.3%포인트 상승한 것이자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직후인 2020년 4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실제 연체율은 늘고 있다. 지난달 뉴욕연은은 2분기 가계 신용 보고서에서 심각한 수준의 연체로 분류되는 90일 이상 신용카드 연체율이 10.93%로 2012년 1분기(11.2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9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중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고금리에다 신용카드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씀씀이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면 (미국 경제는) 소비가 감소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짚었다.

설상가상 소매판매점과 레스토랑 등의 파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가구·잡화 소매 할인점 빅로츠는 이날 미 연방파산법 제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중순까지 총 21개의 소매 관련 업체가 파산했다. 이는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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