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정부와 협의를 거쳐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처음으로 명문화한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한다. 입법이 완료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처럼 거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정부의 재정 투입이 가능해진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가 보조금 지원 규정이 담긴 반도체 특별법 성안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돼 추석을 앞두고 이번 주 내 발의된다. 특별법은 삼성전자(005930) 사장을 지낸 고동진 의원과 박수영·송석준 의원이 각각 발의한 특별법을 김상훈 정책위의장의 조율과 정부 협의를 거쳐 정리·통합된 법안이다.
특별법의 핵심은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인프라 조성 및 운영, 생산 시설 구축, 연구개발(R&D) 등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기업들은 2047년까지 경기 남부에 622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여당은 다만 정부의 재량을 존중해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의무 규정이 아닌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법안에 담기로 해 반도체 보조금 지원 규모는 정부가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2022년 제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통해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산업의 인력·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간접 지원해왔지만 이번에 제정될 특별법은 지원 대상을 반도체 분야로 집중하고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근거를 법률안에 처음 적시했다. 이에 따라 입법 완료 시 각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한국이 열세를 보이는 팹리스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의 반도체 특별법은 아울러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가반도체산업본부 설치도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반도체 클러스터 내 전력·용수 등 산업기반시설 구축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도 담을 예정이다.
여당은 또 반도체 산업 시설·장비 투자와 R&D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폐지하고 최대 30년간 유예하는 내용은 추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11일 기획재정부 및 산업부와 최종 조율을 거쳐 의원총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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