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북한의 자폭드론)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지난 8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공개한 자폭형 무인기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를 봤으며 그것은 우리가 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동맹국인 한국도 이를 주시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의 집단 방어가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한국, 일본 등 역내 다른 동맹·파트너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무인공격기(자폭드론) 성능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하며 영상을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무인공격기는 두 종류로, 이스라엘산 하롭(HAROP) 레이더 파괴 자폭드론과 히어로(HERO) 계열 자폭드론을 연상케 하는 기종이 등장한다.
영상에 눈에 띄는 대목은 하롭과 유사한 드론으로 한국군 천궁 지대공미사일 체계의 다기능레이더와 비슷한 표적에 명중했다. 이스라엘산 히어로 계열 또는 러시아산 란쳇 드론처럼 생긴 기종 역시 K-2 전차를 모사한 표적을 파괴했다.
김 위원장은 만족을 표시하면서 “전투적용시험을 더 강도 높게 진행해 하루빨리 인민군부대들에 장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들이 제작한 자폭드론의 위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실제 전력화 됐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자폭드론은 정찰드론 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고, 순항미사일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게 가능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무기 체계다. 북한의 공개한 자폭드론 2기종은 기존 서방 제품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데 , 만약 실전배치된다면 우리 군의 지상 작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위협적 존재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23년 7월 북한은 전승절 열병식에서 ‘샛별-4’, ‘샛별-9’와 같은 무인정찰기나 무인공격기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자폭형 무인공격기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공개한 자폭형 무인공격기가 이스라엘이 개발한 ‘하롭’(Harop)에 기반해 개발한 가오리 날개형 드론과 러시아의 란쳇 자폭드론과 비슷한 엑스자 날개형 드론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수직 가깝게 급하강해서 낮은 고도 공격
북한의 신형 자폭드론 2기종의 성능은 어떨까.
공개된 드론의 가장 특징은 둥근 모양의 카메라가 앞부분에 장착됐다는 점이다. 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로 추정되는데, 카메라에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됐다면 원격 조종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목표물 타격 시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이스라엘제 하롭과 비슷한 가오리 모양 드론의 경우 성능이 유사할 경우 레이더 추적 모드와 광학 장비에 의한 원격 조종 기능을 함께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롭은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레이더 기지를 공격하고자 개발됐다. 이를 위해 장시간 작전지역에서 체공하다가 적의 레이더 통신 전파가 탐지되면 이를 추적하면서 비행해 레이더 기지나 통신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하롭을 이용해 시리아의 대공기지를 파괴하기도 했다.
엑스자형 날개의 드론은 러시아산 란쳇 자폭 무인공격기와 유사한데, 우크라이나군을 괴롭혀온 대표적인 무기 체계로 꼽힌다. 러시아는 란쳇 자폭 무인공격기를 활용해 우크라이나군 포병을 집중 공격하는 것을 비롯해 자주포와 곡사포, 박격호, 다연장로켓시스템, 통신중계소, 대공방어무기, 전차, 장갑차 등을 대거 공격했다. 공격 방식의 특징으로는 최종 공격단계에서 표적 바로 머리 위에서 수직에 가깝게 급강하거나 낮은 고도로 미끄러지듯 비행해 상대방이 미리 발견해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군 당국은 지난 7월 드론작전사령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폴란드에 파견했다. 폴란드 정부가 우리 정부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다목적 전투기 등 대량구매에 따른 절충교역 대상으로 자국산 무인기 구매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폴란드산 드론 계약 의뢰서를 방위사업청에 최근 접수했다. 방사청도 현재 입찰 공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약 146억 원 규모의 계약금을 충당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폴란드산 드론은 실전에서 다수 운용되며 성능이 검증됐고 충분한 생산능력으로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 군에서 활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200대 조금 안 되는 드론을 도입할 방침으로 일부가 연내에, 나머지 물량은 내년까지 도입해 전력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9월 3일부터 폴란드 키엘체에서 ‘MSPO 2024’ 방산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폴란드는 최대 1000㎞ 비행거리를 가지는 대형 장거리 자폭드론을 공개했다. 폴란드의 대표적인 자폭형 공격무인기로 ‘워메이트’다. 대당 수천만 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이 무인기로 러시아 핵심 전력들을 대거 정밀 타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위력을 입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은 공격무인기는 폴란드 WB일렉트로닉스社 자폭드론인 ‘워메이트50’이다. MSPO에서 처음 선보인 워메이트50은 기존 워메이트 드론에 비해 크게 설계돼 50㎏ 탄두를 싣고 비행할 수 있다. 최대 1000㎞ 거리에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되는 엔진 등 구체적 동력장치는 ‘내연기관’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폴란드 군사매체인 디펜스24는 “워메이트50은 이전 모델과 달리 폭발물 하나의 페이로드(탑재체)만 갖고 있다”며 “이는 (무인기) 감시 기능의 유연성을 희생하지만, 전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접근 방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B일렉트로닉스社가 생산하는 드론으로는 정찰용인 플라이아이(소형), FT-5(중형)와 자폭용인 ‘워메이트’(Warmate)-1(소형)·5(중형), 내수용 BSP-U(중형) 등 모두 5종이 있다.
워메이트-1은 전폭과 전장은 각각 1.6m, 1.1m로, 최고 속도는 시속 150㎞에 달한다. 최대 이륙 중량은 5.7㎏으로, 고폭탄·대전차고폭탄·열압력탄 등 다양한 종류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전차고폭탄은 십 수㎝의 강판도 관통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 반경은 30㎞로 영상 기반 종말유도를 통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워메이트-5는 BSP-U와 같이 실시간 임무통제가 가능한 중형 자폭드론이다. BSP-U는 폴란드 내수용이다. 수출용은 워메이트-5를 명칭으로 사용한다. BSP-U는 워메이트-5의 기능에 무인기간 통신 기능 등이 추가된 버전이다. 이들 유사 기종인 워메이트-2에 비춰 전폭과 전장은 각각 2.5m로 최고 시속은 200㎞에 달한다. 최대 100㎞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인기 수량은 대략 8000대 안팎이다. 이 가운데 자폭형 무인기는 참수작전부대로 알려진 육군 특수임무여단에 배치된 이스라엘산 ‘로템-L’과 공군의 ‘하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국군의날 기념행진에서 국산 자폭드론이 공개됐지만,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2016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군사용 자폭드론 개발에 착수했지만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돼 실체를 알기 어렵다”며 “드론작전사령부에 S-2란 이름으로 배치된 자폭드론과 S-4란 이름의 튜브발사용 공격 드론 정도만 알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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