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 등 혐의로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32·수원FC)가 직접 공식 석상에 나서 입장을 밝혔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사 과정에서 중국 공안의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며 “외교부를 통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며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울먹였다.
공안 조사 당시 음성 파일을 공개해 자기가 불법적으로 수사받은 과정을 밝히고 싶었다는 손준호는 “내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지만, 공안은 수사 과정 영상만 있을 뿐, 음성 파일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손준호는 “이제라도 얘기해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사실만을 얘기 드린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10일 CFA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 소속 당시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승부조작으로 불법 이익을 얻어 중국 축구 내 관련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2022년부터 승부조작과 온라인 도박, 뇌물 수수 등 관련 용의자 128명을 체포했다. 손준호는 사건에 연루된 61인 명단에 포함됐다.
CFA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징계 내용을 통보하고,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 도중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혐의로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해당 혐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손준호는 승부 조작 가담이나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다. 약 10개월 뒤 석방된 손준호는 지난 6월 K리그1의 수원FC에 복귀해 핵심 자원으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 2차전 명단에서 손준호를 제외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뭔가 명확하게 돼 있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의 징계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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