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 측에서는 원심 무죄 판단이 법리 오해라고 주장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과 피고인 측은 원심을 뒤집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하며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오영상·임종효 부장판사)는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병한 전 대법관의 2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원심이 직권남용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법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외관을 갖추었으나 실제로 재판에 개입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정당한 직무권한을 넘어 사법행정권 남용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 측은 검찰 측에 별다른 주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검사가 원심 판단이 왜 부당한지, 왜 위법한지에 대해 구술뿐만 아니라 서면으로도 제출했으나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법관 측은 검찰 측 항소이유서가 법정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낯뜨겁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박 전 대법관 변호인은 “원심이 부화뇌동해 피고인을 위한 재판을 진행했다, 제 식구 감싸기, 온정주의, 조직 이기주의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태도다 등 이러한 항소 이유서는 외국에서 법정 모독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도 “사법부의 위상 강화는 법원에 부여된 헌법 사명이다”며 “이러한 사실을 왜곡하여 직권 남용 목적의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자의적인 프레임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재판 개입과 법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 47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5년에 걸쳐 진행된 1심은 지난 1월 “재판에 개입할 수 없는 대법원장은 남용할 권한 자체가 없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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