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만 파이팅 세 번 외치고 시작합시다. 파이팅!”
12일 오전 7시 ‘제1회 서울경제·어깨동무 파크골프 마스터즈 전국 대회’가 열리는 경기 양평군 양평파크골프장. 단상에 선 대한파크골프협회 최동표 대회위원장이 경기 시작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자 출전을 앞둔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파이팅’을 연호했다.
이날은 이틀간 열릴 대회의 첫날이다. 전날 저녁부터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한 탓에 구장이 있는 남한강변에는 안개가 자욱했지만 출전을 앞둔 선수들의 얼굴에는 비장함과 설렘이 교차했다. 해 뜨기 전 사방이 깜깜한데도 일찌감치 구장에 도착해 스트레칭을 하며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 아예 전날부터 현장에서 ‘차박’을 하며 경기를 대비했다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온 이현숙(62) 씨는 “대회만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면서도 “어제도 이곳에 와서 연습한 만큼 볼이 잘 맞았으면 좋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씨는 수년 전 교통사고로 무릎을 크게 다쳐 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얼마 전 장애인등록증을 반납할 만큼 건강이 크게 호전됐다고 한다.
이제껏 치러진 여느 대회와는 다른 분위기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참가자들도 여럿 있었다. 경기 양평군에서 출전한 김종숙(64) 씨는 “현수막과 부스·포토월에 코스를 알리는 A보드까지 세련되고 멋있어서 마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에 온 것 같다”며 “지금껏 여러 대회에 출전했지만 이 대회는 참가한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등록한 회원 수는 3~4년 새 매년 수십 %씩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장에는 입문한 지 1~2년 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온 진영호(65) 씨는 “퇴직한 지 4년, 파크골프를 시작한 지는 2년 됐는데 함께 경기를 즐기는 동네 친구들을 만들 수 있어 좋다. 이번이 첫 전국 대회 출전인데 이 대회가 35회를 맞는 100세까지 참가하고 싶다”며 웃었다.
멀리 경북·대구·부산 등지에서 온 선수들도 “첫 대회인 만큼 꼭 순위권에 들고 싶다”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대회 초대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매력 때문인지 출전 선수들은 첫 홀 티박스에 올라설 때부터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경기가 시작된 지 약 2시간 후 1그룹 선수들이 첫날 경기를 거의 마칠 무렵 빗줄기가 거세졌다. 양평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고 시간당 10㎜가 넘는 비가 퍼붓자 대회 운영본부 측은 경기를 중단하고 둘째 날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13일에는 그룹별로 18홀을 돈 뒤 일반부와 시니어부 남녀 부문별 결과를 집계해 최종 순위와 시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첫날 경기는 중단됐지만 양평파크골프장 한편에 마련된 이벤트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여느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늘어선 줄도 장관을 이뤘다.
신한카드는 파크골프 대회 출전 선수 대부분이 시니어인 점을 감안, 문자메시지 피싱 대처법 등을 알리는 부스를 운영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순발력을 측정하는 기기를 통해 경품과 음료도 지급했다. 오현욱 신한카드 고객마케팅팀 차장은 “파크골프가 최근 시니어계층에 얼마나 인기를 얻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며 “대회에 와 보니 파크골프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크골프 용품 업체들도 참가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올해 새로 출시한 파크골프채를 소개한 뉴월드파크골프 부스는 새 채와 볼을 시타하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윤영준 뉴월드파크골프 상무는 “신생 업체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부스를 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이 부스를 찾아주셔서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파크프로는 파크골프채 전문가를 현장에 배치했다. 본인에게 맞는 파크골프채를 찾도록 피팅을 돕고 장비 상태를 점검하며 상담도 진행했다. 김인수 파크프로 기술고문은 “사람마다 체형이 다른 만큼 채 역시 맞는 용구를 써야 한다”고 설명하며 “정밀 검사를 통해 본인에게 어떤 채가 잘 맞는지 확인하려는 분들이 상담을 받은 뒤 만족하셨다”고 말했다. 마디로한의원 한의사들이 건강 상태를 체크해주는 웰빙 건강 체험존에도 선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회 현장 이벤트 부스는 대회 둘째 날인 13일에도 운영된다. 보다 상세한 현장 분위기는 ‘어깨동무’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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