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전설의 바람둥이 인물로 알려진 ‘돈 후안’을 자처하고 지난 2018년 2월 55세 연하의 20대 여성과 결혼했던 일본 사업가 노자키 고스케(당시 77세) 사망 사건을 둘러싼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려고 하는 가운데 당시 22세 아내였던 용의자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 받는다.
1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 사건의 첫 공판이 이날 진행됐다. 용의자 스도 사키는 공판에서 “저는 사장님(노자키)을 죽이지 않았고, 각성제를 섭취하게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스도에 대해 "각성제를 사용한 완전 범죄를 노렸다”고 지적해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노자키는 스도와 결혼한지 불과 3개월 만인 2018년 5월 24일 와카야마현 다나베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 스도와 가정부가 침실 소파에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노자키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 주변에는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사망 당일 저녁부터 노자키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각까지 출입한 이들이 확인되지 않았다. 노자키의 몸에는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고 부검 결과 각성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용의자에 대한 뚜렷한 단서가 확인되지 않아 사건은 미제로 남는 듯했으나 경찰은 2021년 4월 28일 노자키를 살해한 혐의(살인·각성제 단속법 위반)로 스도를 체포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에 따르면 스도는 노자키 사망 약 2개월 전부터 인터넷에 ‘완전 범죄 약물’, ‘각성제 과잉 섭취’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사망 한 달 전에는 밀매사이트를 통해 치사량이 넘는 각성제를 주문했다. 검찰은 노자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그와 함께 있던 사람은 스도 뿐이었고, 스도가 노자키가 남긴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각성제로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방문판매원을 거쳐 주류 판매·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키웠던 노자키의 유산은 약 13억 엔(약 12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였던 스도에게 상속권이 있으나 살인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상속이 불가능하다. 향후 재판에서는 노자키의 회사 관계자 등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노자키는 자서전 ‘기슈(紀州)의 돈 후안, 미녀 4000명에게 30억 엔(약 282억 원)을 바친 남자’ 등으로 자신의 여성 편력을 과시하며 주목 받았다. 기슈는 일본 와카야마현과 미에현 남부를 가리키는 지명이다. 그는 저서에서 “자신의 욕망은 성욕 뿐”이라며 “돈을 버는 것은 미녀와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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