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역대 가장 많은 9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온건파인 이시바 시게루(67)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의 양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아베파 중심의 강경 보수 진영이 연대해 이들의 당선을 저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입후보자 서류를 접수한 뒤 선거를 고시했다. 9명의 후보자들은 이날 소견을 발표한 뒤 13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선거운동에 나선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번갈아 지지율 1위를 차지한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 외에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담당상, 고노 다로(61)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야시 요시마사(63) 관방장관, 가미카와 요코(71) 외무상,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 가토 가쓰노부(68) 전 관방장관 등 총 9명이 출마 선언을 했다. 2008년과 2012년 각각 5명 이후 역대 최다 후보가 출마한 배경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파벌 해산을 꼽았다.
지난해 말 불거진 비자금 문제로 자민당 파벌 6개 중 아소파를 제외한 5개가 해산을 선언하면서 파벌 단위로 후보자를 옹립하고 투표에서 단합하던 관행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다. 모테기파와 기시다파에서는 후보가 2명이 나오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각각 20%대의 지지율을 보이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의 양강 구도가 펼쳐지고 있지만 후보 간 합종연횡과 의원들의 선호도에 따라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당내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 등 강성 보수 세력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두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합종연횡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다 당원들이 투표장에서 각 계파의 입장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27일 투·개표되는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 및 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367표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곧바로 이뤄져 국회의원 367표와 47개 광역자치단체 47표를 합산한다. 이번 선거는 결선투표에서 차기 총재가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새 자민당 총재는 다음 달 초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지명된다. 신임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 여론을 덮고 쇄신을 위해 중의원(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거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일본 기업들이 선호하는 차기 총리 후보는 이시바 전 간사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본 기업 24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24%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2위,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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