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막말 게시글들이 잇따라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의사와 의대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인 메디스태프에 최근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추석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등 충격적인 글들이 게시됐다. 일부 글쓴이들은 국민들을 ‘조센징’ ‘개돼지’로 부르며 조롱하고, 사람들이 더 죽어야 의사에게 감사와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식의 반사회적인 선민의식을 드러냈다.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의 일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도가 너무 지나치다. 응급실 근무 의사·전공의 명단을 담은 ‘의사 블랙리스트’까지 나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의사들의 삐뚤어진 반발심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의사들이 환자 곁을 지키는 동료에 대해 ‘심리적 린치’를 가하거나 패륜적인 막말을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경찰이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고 보건복지부는 막말 게시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의정 갈등과는 별개로 응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면서 의료 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저열한 방식으로 사회적 해악을 끼쳐서는 안 된다. 의료 개혁에 할 말이 있다면 공개 테이블에 나와 주장하고 협의해야 한다.
당정은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협의체에는 전제 조건이나 의제 제한이 없다.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의료계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이에 대해 일부 의료 단체는 긍정 검토 의사를 내비쳤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내년 의대 증원 유예 조건을 내걸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뒷짐만 지지 말고 의사들 설득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핵심 의사 단체들이 끝내 불참할 경우 일부 의료 단체만 참여하는 협의체라도 일단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의사들이 막가파식 일탈 행위와 선을 긋고 협의체에 동참해 국민의 시각에서 필수·지역 의료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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