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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한 폭스바겐의 위기, 반면교사 삼아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벌여온 독일 폭스바겐이 2029년까지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겠다고 보장한 ‘고용 안정 협약’을 30년 만에 폐기했다. 실적 악화 속에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 2곳 폐쇄를 추진하더니 위기 해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직적 인건비 문제를 풀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1985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최초로 중국에 진출해 장기간 내수 점유율 1위를 지켰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일본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의 개발에 집중할 때 폭스바겐은 저연비 디젤엔진 기술로 승부를 걸다가 혁신 경쟁에서 뒤처졌다. 그 결과 과도하게 의존해온 중국 시장은 물론이고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도 급격한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19년 420만 대였던 판매량이 지난해 320만 대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제국’을 세운 인텔도 혁신을 게을리하다가 추락하고 있다. 인텔은 급성장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 2012년 뒤늦게 뛰어들어 6년 후 철수하더니 2021년 재도전했다가 대규모 적자를 냈다. 또 급성장한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엔비디아에 선점당하는 등 최악의 실적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패션 명가 버버리도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런던 증시의 대표 지수인 FTSE100에서 제외됐다. 과거 독보적 체크무늬 트렌치코트로 시장을 선도했으나 새로운 디자인을 후속으로 내놓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의 간판 기업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 석유 업계의 선두 주자 엑손모빌도 사업 쇄신에 실패해 과거의 위상을 잃었다.

우리는 변화와 혁신을 제때 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한 폭스바겐·인텔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AI와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를 비롯한 첨단 분야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또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전 세계의 시장과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 산업계는 기술 혁신, 시장 다변화, 품질 관리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 세일즈 외교 등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득권 강성 노조가 신기술·신제품 상용화를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일관되게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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