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탈리아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마리오 바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열렬한 팬입니다. 음악은 물론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더빙된 영화에 대한 애정을 이 영화 전체에 담았어요”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제8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개막을 장식했다. 17년 전 당시 49세였던 팀 버튼에게 최연소 평생공로상을 수여했던 베니스 영화제의 각별한 사랑이 반영된 초청이었다. 개막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비틀쥬스’를 꼽은 이유를 짐작하냐고 묻자 “내 자신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왜 성공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답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1986년 팀 버튼 감독이 세상에 내놓은 ‘비틀쥬스’는 마이클 키튼의 묘사대로 예술작품과 같아서 벽에 걸어두면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는 영화다. 기괴한 영상미의 고딕 호러 영화 한 편으로 마이클 키튼, 위노라 라이더와 함께 스타덤에 올랐던 팀 버튼 감독이 36년 만에 그 배우들과 함께 속편을 내놓았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다. 세 번 이름을 말하면 이 세상으로 소환되는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는 속편에서도 여전히 리디아 디츠(위노라 라이더)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유령을 보는 엄마가 싫은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 못됐지만 매력적인 비틀쥬스의 전처 돌로레스(모니카 벨루치)가 새롭게 등장했다.
‘비틀쥬스’는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세트, 소품 등 미술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블루 스크린 합성기법을 사용한 B급 공포영화였다.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집과 저승 사무국을 연결하는 통로의 문, 아담 부부 사후를 보여주는 모래벌레의 사막 풍경이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광기와 공포를 코믹하게 과장하며 ‘버트네스크’(버튼 양식)를 유행시켰다.
속편인 ‘비틀쥬스 비틀쥬스’도 다르지 않다. 지금은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CG(컴퓨터 그래픽)로 이미지를 ‘비틀쥬스’의 DNA를 존중하며 더 어려운 구식 특수효과로 만들어냈다. 팀 버튼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영화산업에 조금 환멸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무언가를 하려면 진심에서 우러나오고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해야함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속 리디아 캐릭터와 비슷하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방향이 조금씩 바뀔 때가 있다.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내 입장에서는 자신을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활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팀 버튼 감독의 설명을 빌리자면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이상한 가족영화다. 팀 버튼에게 MZ세대 팬덤을 안긴 제나 오르테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낸 최고의 아이디어가 승리하고 재미있게 스스로를 즐기자는 ‘비틀쥬스’의 DNA가 존재하는 아주 단순하고 감성적인 작품이다. 여기에 비지스, 도나 섬머, 리처드 막스의 음악은 물론이고 팀 버튼 감독과 ‘환상의 콤비’인 작곡가 대니 엘프만의 선곡, 게다가 아기 비틀쥬스 출산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흘러나오는 영화 ‘캐리’의 메인 테마까지 디지털 세대와는 동떨어진 노스탤지어가 지배한다.
팀 버튼 감독은 “특수효과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진 못하겠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에겐 ‘비틀쥬스’의 정신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DNA가 우선이기에 모두가 자신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죠. ‘비틀쥬스의 캐릭터가 어떻게 진화했죠?’라고 묻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어요. 과거 아내였던 돌로레스 덕분에 새로운 취약점이 드러날 뿐입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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