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포함해 닷새의 추석 연휴가 14일부터 시작된다. 짧지 않은 시간인 만큼 모처럼 만난 가족과 함께 혹은 나홀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려면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부모님·아이와 모두 유익한 ‘문화재’ 품은 특급 전시 어때요
부모님과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모처럼 만난 가족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가족의 문화생활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울 석파정 미술관에서 열리는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와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가 제격이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미술관 설립자 안병광 회장의 소장품전으로 1954년 이중섭이 아들 태현에게 보낸 편지화와 추사 김정희의 ‘주림석실 행서대련’, 이우환의 ‘대화’ 등 근현대 대작을 두루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감지 위에 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 10점과 천경자, 김기창 등 이름만 들어도 웅장한 국내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이 골고루 전시돼 있다. 미술관은 추석 연휴에도 정상 개관하며, 유료로 관람 가능하다.
대구를 방문한 이들이라면 역대급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간송미술관의 ‘여세동보’ 전시가 안성맞춤이다. 동양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신윤복의 명작 ‘미인도’부터 국보 중 국보라 할 수 있는 ‘훈정음 해례본’이 모두 이곳에 전시돼 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명작 ‘금강내산’ 등 교과서 속에서나 볼 수 있던 명품 문화재가 한 자리에 모여 있어 온 가족이 함께 공감할 만한 문화 활동으로 제격이다. 전시는 유료이며, 추석 당일인 17일에는 휴관이다.
‘전시보다 공연’ 좋아하는 가족이라면…'영화음악 콘서트' 어때요
미술관보다 공연을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클래식 공연과 뮤지컬을 찾아보면 어떨까. 14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대표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인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을 다룬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가 관객들을 찾는다. 15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시네마 오케스트라 슈퍼콘서트 in 추석 with 또모’가 진행된다. 오케스트라는 영화 ‘어벤져스’, ‘라라랜드’, ‘해리포터’ 시리즈의 음악을 연주하며 가족 단위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전통 클래식 공연도 풍성하다. 14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Ⅵ: 리처드 이가’를 통해 고음악의 거장 리처드 이가가 이끄는 헨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14일 시드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김정환이 국내 첫 리사이틀을 연다.
추석 연휴 다음 날인 19일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의 내한 리사이틀로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이어 20일에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예술의전당에서 쇼팽의 녹턴, 모차르트 소나타 10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대중적인 공연으로는 뮤지컬 ‘킹키부츠’ ‘하데스타운’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에 관심을 둘 만하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연휴 중 휴무 없이 공연을 이어간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들이어서 예매가 쉽지 않은 만큼 서둘러야 한다.
북적북적 영화관 보단 집…'에밀리'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신작 풍성
인파가 북적이는 장소를 피해 집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넷플릭스가 연휴를 전후해 공개하는 신작을 즐길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볼 만한 프로그램으로는 백종원이 출연하는 요리 예능 ‘흑백 요리사: 요리계급 전쟁’이 있다. 그밖에 넷플릭스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비롯해 김우빈·김성균 등이 출연하는 액션 영화 '무도실무관' 등을 공개한다. 웨이브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한 ‘추억의 명작’을 선보인다. ‘내 이름은 김삼순’, ‘궁’, ‘풀하우스’, ‘커피프린스 1호점’ 등 로맨틱 코미디가 이미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딴따라 JYP’, ‘이찬원의 선물’,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등 추석에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높다. KBSN에서는 이산 기획 7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된 이산가족의 애절한 사연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추석 특집으로 편성해 눈길을 끈다. 15일부터 18일까지 KBS Story와 KBS Life 채널을 통해 '평양시 선교리' 출신 남북 이산가족 전금옥 할머니 등 모두 8명의 사연을 소개한다.
추석 극장가에서는 류승완 감독 ‘베테랑 2’가 유일하게 개봉해 관객들을 집중 공략한다. 1341만명을 기록한 전작 ‘베테랑 1'(2016년)의 후속작이자 ‘연기의 신’ 황정민, 정해인 등이 출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9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 속에 13일 개봉 즉시 예매량만 60만 장이 넘어서 ‘파묘’ ‘범죄도시4’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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