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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지각]관광시장에 드리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국제부 최성욱 차장




미국 북동부 버몬트주 폼프레트. 캐나다와 국경을 맞댄 이곳은 메이플 시럽 생산지인 ‘메이플 벨트’에 속한 소박한 농촌 마을이다. 매년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든 메이플나무(단풍나무)가 수백 년 된 농가와 어우러져 목가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마을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한 사진작가가 찍은 단풍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엽서에 나올 법한 그림 같은 풍경은 매년 가을 수만 명의 관광객을 폼프레트로 불러모았다. 한순간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폼프레트는 몰려드는 관광객을 감당하지 못해 도로가 마비됐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사유지를 무단 침범하는가 하면 노상방뇨를 하다 주민에게 적발되는 일도 빈번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올여름 전 세계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국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이탈리아는 올 4월부터 베네치아 방문객에게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400원)를 징수한 데 이어 로마 ‘트레비 분수’ 유료화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리스는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를 방문하는 크루즈선 승객에게 20유로(약 2만 97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후지산 가림막’ 사건을 겪은 일본은 후지산 입산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

입장료·관광세·입도세·숙박세 등 각종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해 관광객을 분산하고 책임감 있는 여행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이중 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많다. 여러 논란에도 각국이 ‘배짱 영업’에 나선 배경에는 수요가 충분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은 관광 수요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 넘었고 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강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미국에서는 고물가 속 경기 침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진 중국 역시 침체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행은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기 소비재 중 하나다. 어렵게 지갑을 연 관광객들이 등을 돌릴 경우 갑을 관계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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