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인 이원석 총장이 13일 퇴임식에서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자기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며 “한쪽에서는 과잉 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 수사라 손가락질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거대 야당의 검사 탄핵 공세, 대통령실의 압박 등 외부 개입 탓에 사건 처리가 지연됐다고 주장했지만 늑장·부실 수사 등으로 국민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12일 서울고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계좌를 빌려준 ‘전주(錢主)’ 손 모 씨에 대해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반면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경우 고발된 지 4년 3개월여 만인 올 7월에야 비공개 대면 조사가 이뤄졌다. 사실관계 규명을 토대로 법리와 원칙에 따라 김 여사의 혐의가 있으면 기소하고, 없으면 불기소하면 될 일이다. 이런데도 검찰이 미적대는 바람에 불필요한 의혹과 정쟁만 키워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는 4년 만에 뒤늦게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고발된 지 2년 반 만에 검찰의 소환 통보가 이뤄졌다. 이러니 ‘늑장 수사’ ‘검찰의 정치 중립성 훼손’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이달 19일 취임할 심우정 차기 검찰총장은 여야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정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권력이나 검찰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속도를 내야 한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서해 공무원 피살·월북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윗선 개입 여부 등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및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무자격 업체의 시공과 부패 사례 등이 발견된 데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