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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보다 싸다"… 폭염에 귀해진 배추 ‘오픈런’ 몰리는 대형마트

6000원대 초반 가격에 오전새 동나

"4000원대에 팔 때는 1분만에 완판"

시장에선 최소 7~8000원에 판매

비싼 가격에 안 팔려 썩어나기도

12일 이마트 마포점 신선식품 코너에 배추가 다 팔려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정다은 기자




“배추 다 팔렸나 보네요?” “오전에 다 팔렸어요. 아침 일찍 오셔야 해요.”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12일 오후 3시경 이마트 마포점 신선식품 코너를 방문하니 다른 품목들은 매대를 빼곡히 채울 정도로 물량이 많았지만 유독 배추 칸만큼은 텅 비어 있었다. 다 팔린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배추를 1일 일 3통으로 한정 판매한다는 안내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기의 비결은 역시 가격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할인 쿠폰을 지원하는 덕분에 신세계 포인트 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들은 정상가(7980원)보다 20% 할인된 6384원에 배추를 구매할 수 있었다.

채소 코너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아침에 들어온 물량이 이미 12시 전에 동났다”며 “그마저도 더 좋은 물건을 가져가려면 아침 일찍 와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장에선 7~8000원에 물건이 팔린다고 한다. 여기가 확실히 싼 것”이라며 “얼마 전에 4700원대에 팔 때에는 물건이 정말 1분만에 동이 났다”고 덧붙였다.

물김치 재료를 구매하러 마트에 들렀다는 한 중년 여성은 “보통 배추로 담는데 너무 비싸기도 하고, 오늘 와보니까 아예 물량도 없길래 대신 양배추를 샀다”며 “오이도 요즘 너무 비싼데 그나마 할인하길래 하나 챙겼다”고 말했다.



실제 같은 날 성북 길음시장의 한 채소가게를 방문해 보니 대형 배추 두 통이 무려 3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바닥을 보니 썩은 배추가 나뒹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상인은 “배추가 요즘 워낙 비싸다 보니 안 팔려서 썩은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2일 썩은 배추가 성북 길음시장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장형임 기자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찾아 마트 ‘오픈런’까지 할 정도로 배추값이 치솟은 건 연이은 폭염으로 인해 가뭄이 덮치면서 작황이 악화된 탓이다. 15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12일 기준 소매 시장에서 판매하는 배추 한 포기당 가격은 7816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2%, 전월 대비 21%가량 오른 금액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가락농수산물시장 원물가로 품질이 좋은 고랭지 배추는 1통당 1만 6000원 대의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껏 본적 없는 기록적인 가격”이라며 “마트는 대량으로 싸게 사들여 소매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명절을 앞두고 김치에 필요한 주재료인 배추에 대한 수요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단 것이다. 이에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대형마트에는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마트에선 전년과 전월 대비 배추의 매출이 각 40%, 46% 올랐고, 무의 매출은 60%, 98% 신장했다. 롯데마트의 9월 1일부터 11일까지 배추 매출은 전년과 전월 대비 160%, 19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 매출의 경우 각각 50%, 12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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