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희(사진) 전 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정치인, 언론인으로 활약하며 '시대의 조정자'로 불렸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34년 1월 18일 충북 청주 출신인 남 전 장관은 청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이후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에서 주요 보직을 거치며 언론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겼다.
1962년부터 10년간 조선일보에서 기자, 정치부장, 편집부국장을 역임했고, 1972년 서울신문으로 자리를 옮겨 편집국장과 주필을 지냈다.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1979년 서울 강서구에서 민주공화당 후보로 제1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13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가장 큰 업적은 1993년부터 1년간 맡은 노동부 장관직이다. 노사정 협력을 위해 노력한 그의 행보는 '시대의 조정자'라는 별명을 얻게 했다.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공권력 사용을 자제하며 현대중공업 노사의 타협을 이끌었다. 노태우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민주화합추진위원회(민화위)에선 국민 통합 분과를 맡았다. 그 전까지 ‘폭동’으로 정의됐던 1980년 5월의 광주를 ‘민주화 운동’으로 다시 명명했다.
보수 정권의 핵심 인사로 있으면서도 진영을 아우르는 행보를 보인 그에게 붙은 또다른 별명은 ‘체제 내 리버럴’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새마을훈장 근면장과 청조근정훈장도 받았다.
고인은 부인 변문규 씨와 슬하 4녀(남화숙·남영숙·남관숙·남상숙)를 뒀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17일 오후 2시부터 조문을 받는다. 발인은 19일 오전 5시20분 청주시 미원 선영에서 엄수된다.
남 전 장관은 정치와 언론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정치인을 위한 변명'(1984), '양파와 연꽃: 체제 내 리버럴의 기록'(1992),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2006), '김두관의 발견'(2012), '진보열전'(2016), '시대의 조정자'(2023) 등이 대표작이다.
정부는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생전에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남재희 전 장관의 별세로 한국 정치와 언론계는 큰 별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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