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러 발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공개한 지 닷새 만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6시 50분께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SRBM 수 발을 포착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약 400㎞를 비행했다. 각 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와 전북 군산의 미군 기지 등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는 거리다.
군 당국은 올 7월 1일 황해남도 장연에서 발사한 SRBM ‘KN-23’ 계열의 개량형과 유사한 기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7월 1일 발사했던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비슷한 무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당시 발사된 두 발 중 한 발은 120㎞만 비행해 실패하고 다른 한 발은 600㎞가량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4.5톤짜리 고중량 탄두를 장착한 신형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7월 중 추가 시험 발사를 예고했는데 최근까지 진행하지 않았던 터라 이번 발사가 해당 시험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달 13일에는 관영 매체의 보도로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HEU는 제조 공정이 외부에 노출되기 쉬운 플루토늄과 달리 은밀한 생산이 가능하고 KN-23과 600㎜ 초대형 방사포(KN-25) 등 SRBM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하에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5일 예정인 미국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제이비어 T 브런슨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는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우리가 거기 있고 재래식 우산뿐만 아니라 핵우산 아래에 있음을 확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군은 북한의 핵 위협에 확고한 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브런슨 지명자는 17일(현지 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급속한 핵 및 미사일 역량 진전은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야심과 결합되면서 3개 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유엔군사령부)가 직면한 가장 큰 단일 도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할 일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 관련 논의를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같은 기존 협의 기구를 신뢰하게 하고 (한국의 독자 핵무장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파트너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SRBM 발사 도발 직후 대통령실은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인성환 국가안보실 제2차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관계기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숙의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편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인 전략사령부가 다음 달 1일 서울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내에서 공식 출범한다. 전략사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3000톤급 잠수함 등 우리 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하며 북한의 핵·WMD 위협을 억제하는 임무를 맡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