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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쓸 데 없는 연예인 걱정, 뉴진스 걱정

김동하 한성대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교수(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





살다 보면 '세상 쓸 데 없다'는 연예인 걱정, 스타 걱정을 하게 되는 때가 허다하다. 그러다 속된 말로 '현타'를 맞게 되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학습효과가 무색하게도 오늘도 손흥민이 대표팀이나 토트넘에서 입지가 흔들릴까봐, 오타니가 50-50클럽에 가입 못할까봐도 걱정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곧 '너나 걱정하라'는 주변과 내면의 소리를 양쪽으로 듣는다.

당연히 세상 쓸 데 없을 '뉴진스 걱정'이겠지만, 이 무슨 오지랖인지. 멤버들이 직접 언론도, 회사도, 직원도, 공공도 믿지 못한 채 '유튜브'를 통해서야 어렵게 심경을 토로한 뒤 채널은 폭파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뉴진스 팬 3명의 아빠이면서 투자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몸담아온 필자가 볼 때 대개 하이브(352820)와 어도어, 민희진과 뉴진스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세대'를 갈래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초·중학생들은 민 전 대표와 뉴진스를 동일 선상에 놓으며 하이브를 지적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어른들은 민 전 대표를 '멋지다'고 하면서도 '미친 X같다'며 비난하는 경우가 훨씬 많이 보였다.

멋지다 VS 미친 X

필자가 민희진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건, 필자의 수업을 듣는 한성대학교 학생들 때문이었다. 영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물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할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발제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민 전 대표였다.

많은 학생들이 주목한 건 그가 인간적인 호불호와 논란은 많지만, 아티스트의 역량을 끌어내는 점에서는 탁월한 프로듀서라는 점이었다. 그만큼 어른들보다는 젊은 층, 특히 팬덤과 여학생들에게 이미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민 전 대표를 둘러싼 이번 사태를 보면서 든 가장 큰 의문은 과연 '미친 X같다'는 어른들의 시선이 그를 해임하고 떼어내는 여론의 명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미친'은 중의적으로 쓰인다. '성적이 기대에 미치다 못 미치다'처럼 긍정적으로도, Crazy라는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미치다'의 어원은 고대 제천행사에서 '놀이'를 통해 신에게 다가가는 '접신'의 경지를 말한다는 게 많은 국어학자들의 견해다. 실제로 잘 놀고 잘 놀게 만드는 사람 중에 '미친 X'라 불리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영어 역시 공교롭게 'Play·놀다'와 'Pray·기도하다'는 한 끝 차이고 'Prey·제물'과도 비슷하다).

필자 역시 그에 대한 '미친'이라는 수식어에 공감한다. 접신의 경지라 할 만한 일들을 아티스트를 통해서 또는 본인 스스로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진짜 미친X'라고 비난하는 게, 감정적으로 아니 논리적으로도 맞을까.

싸움의 주체는 프로듀서 VS 프로듀서,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이번 싸움은 아티스트와 자본가의 싸움이 아니다. 스스로가 아티스트인 프로듀서 경영자와 스스로가 작곡가인 대표 프로듀서 경영자 사이의 싸움이며, 모회사와 자회사의 싸움이다.

가장 아쉬운 건 둘 간의 간격을 메워야 할 전문경영인들과 조직의 역량이다. 정작 뉴진스 아티스트는 배제된 모자 회사 프로듀서 간의 갈등이 법리 싸움, 여론 싸움에다 조직 내 알력 싸움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들의 중재역량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일을 키우는 것 같다.

진짜 걱정은 이제부터다. 라이브 방송으로 심경을 토로한 진짜 뉴진스 멤버들, 즉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듀서를 고집했다는 이유로, 마치 큰 기업의 '내부고발자'처럼 취급당할까봐.

이미 연습생 시절 개인정보와 ‘왕따’ 프레임까지 등장한 마당에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상털기처럼, 본질은 가려진 채 멤버와 가족들에 대한 뒤숭숭한 ‘카더라’들로 뒤덮일까봐. 한국사회의 전형적인 패턴을 떠올리면 걱정이 앞선다.

뉴진스에 부정적인 어른들의 시선에는 '너희들이 지금처럼 성공하기까지는 조직의 돈과 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야'라는 프레임이 존재한다. '(조직이 없었다면) 아무리 너희들이 잘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라는 넘겨짚기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여의도 주변에서도 종종 들리는 '투자를 받았으면 조직에 충성해야지'라는 식의 ‘산업화 시대’ 스타일의 안이한 접근은 너무 성급하고 저급하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소액주주의 권리를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민 전 대표야 그렇다 치더라도 전속계약 관계인 멤버들이 회사가 투자 받았다는 이유로 순응할 이유가 있을까. 위대한 K팝 역사 속에서 뉴진스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중요성으로 논지를 몰아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진짜 우리를 위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걸 해주세요’라는 당사자들의 외침은, 조직과 사회에서 소외된 수많은 소수자들의 외침과, 어른들의 법리와 거짓에 지친 청년들의 외침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뭔가 판단하기 전에 많은 어른들이 보면 좋겠다. 본 영상은 폭파됐지만, 이미 캡처된 풀 영상들은 많으니까.

이번 사건이 부디 손흥민 걱정, 오타니 걱정 같은 세상 쓸모 없는 뉴진스와 K팝의 미래 걱정으로, 나만의 뻔한 '현타'로 마무리되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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