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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하루] 칭기즈 칸의 죽음과 몽골 제국의 탄생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칭기즈 칸이 건국한 몽골제국은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토를 정복해 통치한 단일 제국이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거대한 몽골 제국은 칭기즈 칸의 작품일까.

몽골 고원의 여러 유목민 가운데 하나였던 몽골이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 ‘파괴력’을 장착한 것은 분명 칭기즈 칸의 공로이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포로 생활 등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놀라운 리더십과 군사력 역량을 발휘하며 1206년 쿠릴타이에서 ‘칭기즈 칸(단호한 지도자)’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후로도 수많은 정복전에서 승리했지만 칭기즈 칸에게 더 넓은 ‘세계’를 정복해 제국을 건설할 비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비전은 오히려 1227년 칭기즈 칸의 죽음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몽골 제국에 관한 단일 역사 자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는 라시드 앗 딘의 ‘집사(集史)’에 따르면 칭기즈 칸은 1227년 9월 26일 탕구트와의 전쟁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대신들에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적이 눈치 챌지 모르니 절대로 곡을 하거나 애도하지 말라. 탕구트의 군주와 백성들이 기간에 맞추어 밖으로 나오면 모두 없애버려라”라는 유언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이처럼 칭기즈 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외부의 위협에서 몽골을 보호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2대 칸에 오른 우구데이 칸은 정복이라는 개념을 확대해 칭기즈 칸과 그의 후계자들이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 믿음을 북돋웠다. 우구데이 칸은 제국에 필수적인 행정 및 외교의 중심지로 수도 카라코룸을 건설하는 한편 칭기즈 칸 시기에 만들어진 역참(驛站)을 정복한 각 지역으로 확대했다. 중심지가 생기고 거대한 제국을 혈관처럼 연결하는 역참이 촘촘하게 갖춰지자 카라코룸은 유라시아의 상업 중심지로 성장했다. 칭기즈 칸에게 ‘파괴력’이 있었다면 우구데이 칸에게는 ‘건설력’이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몽골이 세계 제국으로 변모함을 이해함에 있어 우구데이 칸의 비전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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